남한 드라마·영화 모르는 청소년들은 왕따 당한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06-18 15:57:41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과 2학년 재학

북한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된 국가이지만 그 속에서도 바깥세상을 엿보고 알아가려고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TV나 오디오를 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등록절차이다. 등록절차는 보안서(경찰서)에 가서 TV의 채널이나 오디오의 라디오 주파수를 고정하고 북한의 방송 외에는 다른 것을 보고 들을 수 없게 부품들을 제거하고 봉인하는 절차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라디오의 주파수를 연결한다거나 TV부품을 구해 다른 채널을 볼 수 있도록 개조한다.

북한당국이 철저하게 통제하고 잡아들이지만 젊은 청소년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한국의 라디오 청취와 미국의 소리방송 등을 시간대 맞춰 청취하고 있다.

또한 한국드라마와 영화 등 외국영화를 수집하고, 나눠보고, 사고팔고 하면서 바깥세상을 알게 된다.

▲ 수매상점이라고 불리는 북한의 가전제품 매장. 중국산, 일본산 새제품 및 중고 가전제품들을 주로 판매한다. 제품은 TV, 녹화기(DVD플레이어), 녹음기(오디오) 등이 많다.

기억으로는 한류 풍은 남한의 김영삼 정권 말기부터 조금씩 들어 왔던 기억이 있다. 국경지역은 조금 더 앞서 시작되긴 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을 통해 한국드라마와 영화, 음반의 유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90년대 중반부터 한국드라마를 즐겨 봤는데 ‘토마토’라는 드라마를 시작으로 ‘이브의 모든 것’, ‘화려한 휴가’, ‘장군의 아들’ 등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다.

▲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남한 드라마나 영화는 아주 흔한 경험이 되고 있다.

모였다 하면 새로 본 한국영화나 외국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화제가 되다보니 한국노래 못 부르고 한국드라마 못 보았다고 하면 그 사람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거의 왕따 분위기가 있었고, 또 누가 무슨 영화를 얼마나 보았는가에 따라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영화 한편을 보기위해 영화를 볼 수 있는 집에 가서 장작패주기, 청소 등을 해주고 그 대가로 영화 한편 볼 정도로 외부의 소식은 높은 인기를 누린다.

특히 야한 영화를 보거나 야동을 보았다고 하면 완전히 시대를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고, 사람들 사이에는 자랑거리기가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이런 것들이 주로 돈 많고 살기 편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종의 오락 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차량용 배터리를 이용해 TV를 본다. 교류변환기를 통해 TV용 전원을 공급하고 조명도 해결한다. 중산층 정도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한국드라마 CD가 고가이고 전력사정이 열악한 북한이다 보니 전기를 만드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집들은 엄두도 못낸다.

외국영화를 보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아 왔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조심히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북한 전 주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 북한에서 돈 있고 잘 나가는 엘리트들과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만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을 들키면 강제노동 단련대 등은 물론 심하면 징역이라는 어마어마한 처벌이 있다.

▲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 외부정보가 탈북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철창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콩밭에 마음을 둔 그들을 언제까지나 막을 순 없다.

폐쇄된 국가에서 수십 년간 살아오면서 못 먹고 못 입는 고향과 부모들만 보아왔던 젊은이들이기에 새로운 배경,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패션 등은 그들로 하여금 정말 새로운 세상이었고 자신들이 원하던 세상이었다.

그래서 그런 세상을 알아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이미 마음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고 발악하고 있지만 이젠 그것을 인정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