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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블루칩 ‘웹툰’…시장 선점 풀무질 뜨겁다
기획·유통·제작 3인 인터뷰…장르·국경 넘나든 무한 파급력 키우는 사람들
박소현·손현지기자(saynihi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10-04 00:05:52
▲ 콘텐츠 작가 출신인 김태관(사진) 대표는 콘텐츠 전문 기업인 ‘헤드플레이’를 설립했다. 헤드플레이는 현재 게임으로 출시된 ‘코드 체이서’를 웹툰화하거나 웹툰 ‘액션아이돌’을 게임화 시키는 등 전문적인 트랜스미디어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김태관 대표(헤드플레이)…영화·게임·드라마 넘나든 ‘트랜스미디어’가 뜬다
탄탄한 스토리와 원작 팬의 성원을 기대할 수 있는 웹툰은 영상화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콘텐츠 작가이기도 한 김태관(48) 공동대표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14년 콘텐츠 전문기업 ‘헤드플레이’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1995년 소년챔프에 ‘네오큐라 오레곤’ 스토리 작가로 데뷔한 이후 인기만화 ‘짱’의 스토리와 영화 ‘무영검’, ‘마지막 선물’의 시나리오 등을 맡았다. 지난 2008년 네이버 웹툰 ‘스타 트레이닝’으로 웹툰에 입문했다.
“과거에는 성공한 원천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가 유행했어요. 지금은 한 단계 더 발전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장르 진출을 전제하는 ‘트랜스미디어’가 부상하고 있죠”
헤드플레이는 전문 트랜스미디어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헤드플레이 작품 중에서는 웹툰 플랫폼 코미코에서 연재 중인 ‘Tribe X’와 레진코믹스에 연재 중인 ‘파트너스’ 등은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헤드플레이는 게임으로 출시된 ‘코드 체이서’를 웹툰화시키고 웹툰 ‘액션아이돌’은 반대로 게임화시키고 있다.
“근래 업계 최대 이슈는 웹툰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죠. 일본의 망가(만화)나 미국의 코믹스처럼 한국은 웹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선도국을 노려볼 수 있으니까요. 현재 웹툰 플랫폼 ‘코미코’, ‘레진코믹스’ 등이 일본에 진출했으며, ‘스팟툰’은 북미 220개 국가에 한국 웹툰만을 번역해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 국적 회사만이 인터넷서비스를 할 수 있어 한국 웹툰 플랫폼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명실상부한 웹툰 최강국이다. 웹툰은 잘 발달된 유·무선 통신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타 국가에서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다만 중국이 압도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맹추격 하고 있다.
“하지만 웹툰의 발전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일단 세계인들이 웹툰이라는 형식에 익숙해져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져야죠. 그 다음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합니다. 웹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지금 격차를 더 벌려놔야 합니다”
권복기 대표(롤링스토리)…북미시장 교두보, 서구·남미까지 수출 드라이브
주식회사 투니온과 한겨레신문의 합작사인 롤링스토리는 웹툰 한류를 꿈꾸는 플랫폼 회사다. 권복기(51) 대표 이하 롤링스토리 대표작가 33명은 전원 회사의 주주다. 소속 작가가 아닌 글로벌 수출을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다.
한겨레 기자였던 권복기 대표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창간에 기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권 대표는 롤링스토리에 오기 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장을 지냈다.
“제가 롤링스토리에 온 이유도 허핑턴포스트 US에 웹툰을 기재해 마케팅에 일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국 언론 10개사에서 롤링스토리가 배급하는 웹툰을 업데이트중입니다”
롤링스토리는 국내 여러 업체에서 작품소싱을 받는다. 총 100여 작품 중에서 다음웹툰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외 제작미디어인 투니온, CJ, 스토리컴퍼니 등과 계약을 맺었다.
“롤링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유료 서비스입니다. 그러나 네이버 라인웹툰은 무료체제로 하면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죠. 그래서 해외에서 라인웹툰과 우리 회사의 독자층이 겹치지 않습니다”
▲ 웹툰 플랫폼 ‘롤링스토리’ 는 웹툰 시장이 전혀 형성돼 있지 않았던 미국시장에다 승부수를 띄웠다. 권복기 대표(사진)는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가 저작권 보호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스카이데일리
북미와 서구권의 웹툰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인 롤링스토리는 한국 독자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일체 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시장에 진출 후 포르투갈, 스페인, 브라질 시장을 2차 타깃 시장으로 잡았다.
“얼마 전 포르투갈의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곧 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미국, 포르투갈 모두 웹툰 시장은 전혀 형성돼 있지 않아 불모지를 개척해는 중입니다. 미국시장에서 웹툰이라는 개념은 아직 생소합니다. 미국사람들에게 ‘툰’은 애니메이션으로 이해돼 웹툰 대신 ‘디지털코믹스’라고 불리고 있다”
롤링스토리가 아직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웹툰 볼모지에 진출을 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존 네이버, 카카오, 레진코믹스 등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여서 글로벌 진출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 됐죠. 동남아 시장이나 한국 독자층을 넓히기 위한 비전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단기적으로 연매출 200만불, 월매출 20만불 달성이 목표입니다”
권 대표에 따르면 현재 세계 만화 시장에서 북미 시장은 8억달러의 시장이다. 최근 롤링스토리 등의 노력으로 구글 검색어에서도 웹툰이 생겨나고 있다.
“웹툰도 곧 홍보되다 보면 마블, 코믹솔로지 등 대형 제작사가 웹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전에 일본 만화인 ‘망가’처럼 독자적인 입지를 다져두는 게 목표입니다”
전 세계 만화 시장의 40%를 일본이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은 만화 강국이다. 권 대표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일본 작가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웹툰 진출이 늦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웹툰 시장에서만큼은 망가를 제치고 뛰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현실도 만만치 않다. 그는 한국 웹툰의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퀄리티 있는 웹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국 웹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소위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일상툰’입니다. 이런 웹툰은 한국인만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죠.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림이나 소재 등 질적 개선이 중요합니다. 상품성을 인정받은 완결작을 갖고 진출을 하기 때문에 독자와 쌍방향 소통이 어렵다는 단점도 극복해야 합니다. 현재 로맨스나 하이틴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서구인들의 정확한 니즈와 취향을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권복기 대표는 웹툰의 장점으로 OSMU(One Source Multi Use)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점을 뽑았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제작하는 트랜스미디어에 유리합니다. 제작사에서 작품 대본을 검토할 때 시각화된 웹툰은 검토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치즈인더트랩, 이끼 등 한국에서 시장 검증이 된 작품들은 플러스 요인이 있습니다. 현재 웹툰 ‘피크’가 미국에서 영화 제작이 확정됐고, 시계수리공, 트라이브엑스 등도 영상화가 고려되는 작품입니다”
롤링스토리가 제공하는 스팟툰 어플은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회원수 13만명과 트래픽 수 300만을 달성했다. 매달 2배씩 트래픽이 늘고있다.
“멜로물인 이미테이션, 나의 빛나는 세계, 캣앤독 등이 인기가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1000개가 채 되지 않지만 성장세입니다. 한국 만화의 정체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쿵푸, 일본의 사무라이와 닌자로 대표되는 아이콘이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롤링스토리의 과제이자 미션입니다.”
롤링스토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면서 총 2억 가량의 지원을 받았다. 권복기 대표는 한국 웹툰의 미래를 위해 저작권 보호를 강조했다.
“정부에서 하는 번역비, 플랫폼 지원은 물론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작권 보호에 대한 지원이 가장 시급합니다.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링크를 퍼가는 해적사이트의 만행이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정부가 음란사이트를 철처하게 단속했던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웹툰 저작권을 보호해주기를 바랍니다”
병장(웹툰작가, 본명 황병엽)…주경야독 혼신 노력 끝 대기업 부장급 연봉
▲ 일본에서 웹툰 한류를 이끌고 있는 병장 작가(사진)는 2013년 웹툰 ‘커서’로 데뷔했다. 이후 레진 코믹스의 학원물 장르 1위, 일본 레진 코믹스에서 통합 1위를 달리는 ‘소년이여’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스카이데일리
웹툰 한류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웹툰 작가다. 병장(29·본명 황병엽) 작가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 있는 한국 웹툰 작가 중 한명이다.
“어려서부터 그림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만화가를 꿈꿨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예술은 가난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기대 없이 올렸던 첫 웹툰에 대해 독자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그림 그리는 내내 신이 났죠. 이를 계기로 웹툰 작가 데뷔를 준비했습니다”
병장의 첫 작품은 2009년 루리웹, DC인사이드 등에 연재된 15편 분량의 단편 웹툰이었다. 작품을 연재하며 병장은 본격적으로 웹툰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데뷔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10년부터 스토리 작가와 함께 데뷔를 준비했다. 5편 정도를 연재한 뒤 반응이 없으면 접고 바로 새로운 작품을 다시 기획했다. 레진코믹스에서 연락이 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스러져갔다. 당연히 수입은 없었다. PC방부터 주차요원까지 생계를 위해 단기 알바를 전전했다. 낮에는 알바를, 밤에는 웹툰 작업을 병행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해서 앞서나가는데 나만 홀로 멈춰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지망생 신분이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죠. 마지막으로 도전한 작품이 바로 ‘커서’였어요”
병장은 2013년 웹툰 ‘커서’로 레진코믹스에서 데뷔했다. 이후 커서는 레진 코믹스 내 학원물 장르 1위를 차지했다. 병장은 이후 일본 레진 코믹스 통합 1위를 달리는 ‘소년이여’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정식 웹툰 작가가 됐지만 생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어요. 한 작품을 완결하면 차기작을 준비하는 동안 수입에 공백이 생겨요. 웹툰 작가들의 업무 강도는 결코 일반 회사원들에 비해 낮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입 공백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몸을 혹사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죠”
웹툰은 보통 한 주 단위로 연재가 된다. 따라서 병장을 비롯한 웹툰 작가들은 주 6일 이상을 웹툰을 위해 시간을 쏟는다. 병장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은 예사이고, 하루 최대 20시간 동안 작업을 한 적도 있다. 마감이 끝나도 다음 연재를 생각하면 편히 쉴 수 없는 것이 웹툰 작가의 생활이다.
“솔직히 저는 웹툰 작가로서 성공한 편이죠. 하지만 성공한 1%조차도 매달 수입 편차가 심해요. 99% 신인들의 현실은 더더욱 열악한 상황입니다. 한국 웹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맘 편히 웹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병장은 국내 최초 유료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의 오픈 멤버다. 데뷔 이후 수입이 생겼지만 한동안 알바를 그만 두지 못했다. 최저 임금보다 적은 기본 고료를 스토리 작가와 나눠받고 보면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료 웹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웹툰 작가들의 대우도 많이 개선되고 있어요. 웹툰 ‘소년이여’의 성공 이후 유료 결재 수익이 10배 이상 올라 지난해 대기업 부장급의 연봉을 달성했어요. 돈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 작가들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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