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사태 16명 ‘망자의 한’ 아직 남았다

우면산 16명 '망자의 한' 아직 남았다
2012 대한민국 경제중심 부촌 10대뉴스-③우면산 산사태

천유정 기자(you888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2-12-20 15:25:49

지난해 7월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돼 버린 우면산 일대.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16명이 사망했고 30가구가 매몰, 116가구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당시 산사태로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설계와 공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에 착수해 흙막이, 보막이, 돌수로, 사방댐, 침사지 등 산사태 방지시설을 설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30일부터 사면·지반·토목·산림분야 전문기관·협회·교수 등 민간 전문가들과 서울시 및 서초구 공무원 등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 산사태 원인조사를 본격 실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과 올 11월 2차에 걸쳐 공청회를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인재인지 천재인지’ 사고발생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뚜렷하게 결론이 내려진 게 없다. 오히려 ‘강우량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등의 의혹만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면산 산사태에 대해 정확한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을 강조했지만 아직 명쾌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이후 대책 등을 알아보기 위해 우면산 일대 현장을 수차례 집중 취재했다. 최근 불거져 나온 데이터 조작 의혹 등과 함께 ‘2012 대한민국 경제중심 부촌 10대뉴스’ 세 번째로 우면산 산사태를 정리한다.

▲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우면산과 그 주변.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2012 대한민국 경제중심 부촌 10대뉴스]-③우면산 산사태 이후

지난해 기습적인 폭우로 우면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산사태가 발생한지 1년5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우면산 산사태는 비록 갑자기 내린 폭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아직도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 책임회피, 데이터 조작” 의혹 제기

지난달 23일 개최된 ‘우면산 산사태 원인 추가 및 보완 조사 공청회’에 참석한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이 성역없는 조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무원들과 학계가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230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 5번이나 이 보다 많은 241~332mm의 비가 내렸을 정도로 특별히 기록적인 강우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강우량은 2010년 250mm, 2011년 230mm로 더 적었음에도 왜 피해가 더 컸는지와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 지반상태, 산책로 등 공사현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인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수곤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사고와 관련해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관련 학회와 짜고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스카이데일리

이 교수는 또 “산사태 피해가 커진 것은 오히려 인재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공사현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인을 밝히고 분석해야 하지만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강수량 의혹 이외에도 “공군부대가 자리 잡은 곳에 비가 내리게 되면 산이 깎여지게 돼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되는데, 서울시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증거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자신이 우면산 산사태의 위험성을 몇 년간 서울시와 언론을 통해 경고했음에도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안한 것으로 명백한 서울시의 직무유기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학계에서는 보고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과장해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판처럼 관행으로 내려 왔다”며 “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학계는 연구용역을 주는 공무원 입맛에 맞게 데이터를 조작하고 과장해 주었고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천재로 몰아 자신들의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2010년 곤파스 피해후 안전대책 부실 인정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지난 11월23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우면산 산사태 원인 추가 및 보완 조사 공청회’에서 조사단은 “태풍 곤파스로 인한 피해 후 우면산 일원의 산사태와 토석류에 대한 안전대책이 즉시 강구됐다면 산사태로 인한 인명손실과 재산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우면산 산사태에 대한 원인 공방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인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짐으로써 산사태와 토석류가 발생(천재)했지만 우면산 산사태 이전 해인 2010년 태풍 곤파스 피해 후 덕우암 지역 등을 포함한 우면산 일대의 안전대책이 함께 강구됐다면 산사태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인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 단장인 김명모 서울대 교수는 “인재가 ‘사람이 만든 재난’이라면 우면산 산사태는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인재가 ‘사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키우거나 불러낸 재난’이라면 우면산 산사태는 인재”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단은 사망자 3명의 인명피해를 본 인근 덕우암 유역의 경우 복구공사와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산사태가 발생, 2010년 곤파스 피해지역에 강구된 복구대책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공군부대의 영향에 대해서는 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산사태 등으로 주위 영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후 복구 마무리, 보상은 아직 막막

▲ 지난 7월3일부터 시작된 장맛비로 집중호우가 이어지자 스카이데일리는 7월6일 우면산 피해 예상지역과 예방대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당시 취재 결과, 등산로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고지대로 올라 갈수록 약한 지반으로 돌계단이 무너진 곳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지역은 등산로인데도 불구하고 공사가 중단돼 통행이 제한됐고, 또 다른 지역은 지반이 약해 발목까지 신발이 들어가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사고가 발생한지 1년5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복구는 마무리됐지만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지역은 총 4공구로 나눠 우면산 자락에 있는 전원마을, 암산마을, 형촌마을, 송동마을 등이다.

이중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제1공구 지역(전원마을, 래미안아파트, 임광아파트)은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래미안 아파트는 빗물과 함께 토사, 유목 등이 남부순환도로를 넘어 래미안아파트 3층까지 피해를 주었으며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토사·전석 등이 남부순환도로를 넘어 불교방송과 신동아 아파트 1층까지 피해를 주었다. 사망자는 불교방송에서 1명, 신동아 아파트에서 2명 발생했다.

▲ 출처: ‘우면산 산사태 원인 추가 및 보완 조사 공청회’ 자료집 ⓒ스카이데일리

전원마을은 우면산 남서측 산지에서 토석류형태의 산사태가 발생, 주택지에 토사가 유입됐고 이로 인해 6명이 사망했다. 200여가구중 120가구가 침수됐고 상당수가 지하층 세입자들이었다. 이중 80여 가구는 침수 피해가 커 피해액만 1억원이 넘어가는 가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촌마을은 120가구 중 60가구가 고립됐고 사망자 1명을 포함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또 임광아파트, 양재자동차학원, 보덕사 등에서 각각 1명씩 사망했다.

약 40여가구 100세대 정도가 모여 살고 있는 송동마을 역시 산사태로 1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를 입었고 10가구가 침수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암산마을은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관문사를 중심으로 집중호우 발생 시 모든 빗물이 이 마을로 유입되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배수로가 설치돼 있지만 홍수와 산사태처럼 많은 양의 물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해당 지자체인 서초구는 서울시가 마련한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을 근거로 피해 보상금을 일괄 지불했지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보상액이 피해에 비해 턱없이 적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구호금 지급 기준은 사망·실종의 경우 재난지원금과 의연금을 합해 세대주는 2000만원, 세대원은 1000만원이다. 부상시는 세대주 1000만원, 세대원 5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 산사태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진실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은 산사태 전(왼쪽)과 후의 모습. <자료=서울시>

주민들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할 때 ‘천재’ 보다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인재’로 일어난 16명의 사망사고 치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상금이다”고 주장했다.

또 주택침수 가구에 대해서는 200만원, 주택이 완파된 가구는 900만원, 반파된 가구는 450만원을 각각 복구비로 지원받았다고 주민들은 밝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형촌·전원·송동·암산 등 4개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목조로 된 전원주택이어서 피해가 컸다. 주민들은 지원금액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집단 또는 개인적으로 소송에 나서고 있다.

유족들, 공개토론 및 추가 조사 요구

유가족들은 지난달 25일 서울시장에게 보낸 진정서를 통해 “그동안 서울시 관련 공무원들의 압력이 조사과정에 작용했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으며 특히 조사단장이 문책당할 공무원까지 고민하는 태도는 희생자에 대한 기본도 모르는 망발이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가 공청회를 자연재해로 몰고 가겠다는 통과의례 수준의 준비성 없는 행사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유가족들은 진정서에서 서울시와 서초구의 수해저감대책이 관심 있게 다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희생자별 원인분석이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 대토론회 등의 방법으로 공개 토론에 부쳐 서로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보완한 후 그 내용이 최종보고서에 담겨야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