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유령마을 분당노른자 3591채 ‘어디로’

4년째 유령마을 분당 3591가구 ‘어디로’
[이슈현장]성남시-LH, 구시가 재개발 불발 ‘이주단지’ 활용놓고 치열·치졸한 격돌

이창호 기자(lch9856@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05-27 00:38:10

성남시 공무원 200여명이 지난 23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LH 본사 앞으로 몰려갔다. 중장비를 동반한 이들은 LH본사 앞 시설물이 불법으로 건설됐다며 가로분리대와 진입도로 펜스 등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행정대집행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한 LH 직원들과 성남시 공무원들 사이에 마찰도 있었다. LH는 성남시가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대립은 LH본사가 아니라 판교신도시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대립의 근원은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구 시가지에서 시작됐다. LH는 최근 판교신도시에 있는 국민임대주택 2개단지 중 백현마을 4단지 1869가구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이곳은 성남 구 시가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이주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임대단지다. 하지만 성남시 구 시가지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4년째 백현마을 3단지와 4단지 3591가구가 현재 비어있는 상황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백현마을 4단지는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5분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다. LH 입장에서는 막대한 분양수익이 예상되는 알짜배기 아파트 단지를 마냥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남시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주단지가 사라질 경우 재개발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극한대립을 하고 있는 성남시의 LH, 그리고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의 현황에 대해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했다.

▲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을 두고 성남시와 LH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성남시 구 시가지의 2단계 재개발(위·위치도)이 추진될 경우 이주민들이 살 임대아파트 단지인 백현마을을 LH가 일반분양으로 내놓겠다고 밝히자 성남시가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사진은 4년째 유령마을이 된 4단지(위)와 입주가 끝난 5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성남시 공무원 200여명이 지난 23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LH 본사 앞으로 몰려갔다. 중장비를 동원한 이들은 LH본사 앞 시설물이 불법으로 건설됐다며 가로분리대와 진입도로 펜스 등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행정대집행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한 LH 직원들과 성남시 공무원들 사이에 격렬한 마찰이 빚어졌다. 일부 LH 직원은 포크레인 밑으로 들어가 저항하기도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불사했다.

LH는 성남시가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대립은 LH 본사가 아니라 판교신도시에서 촉발됐다. 그리고 대립의 근원은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구 시가지에서 시작됐다.

LH는 최근 판교신도시에 있는 국민임대주택 2개단지 중 백현마을 4단지 1869가구를 일반인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이곳은 성남 구 시가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이주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임대단지다.

▲ 성남시 공무원 200여명이 LH공사의 불법시설물을 점검하겠다는 명목으로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LH 본사 건물에 진입을 시도하자 LH직원들 300여명이 막아선 채 대치중인 모습(위)과 성남시 공무원을 막아서던 한 LH 직원이 중장비 밑에 들어가 누운 채 위험하게 저항하고 있는 모습. 양측이 첨예하게 기싸움을 벌여 마치 동네 패거리 싸움 같았던 이날의 격렬했던 대치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성남시 구 시가지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4년째 백현마을 3단지와 4단지 3591가구가 현재 비어있는 상황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백현마을 4단지는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5분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다. 초등학교도 인접해 있다.

특히 단지 바로 앞에는 5조원 공사인 ‘알파돔 시티’ 내 현대백화점 판교복합몰이 한창 공사중이다. 알파돔 시티의 ‘판교 알파리움’ 931가구도 이달말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LH 입장에서는 막대한 분양수익이 예상되는 알짜배기 아파트 단지를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재개발이 불확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재개발이 이뤄지더라도 핵심 요지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은 분양했을 때에 비해 수익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반면 성남시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주단지가 사라질 경우 재개발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성남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 처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분당경찰서에 LH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외통수 걸린 성남시, 백현마을 지켜 재개발 불씨 되살리기 총력

성남시의 구 시가지인 수정구 일대의 재개발 사업은 이른바 순환정비방식으로 진행하기로 지난 1999년 결정됐다.

1단계는 단대 인근, 2단계는 신흥2동 등 희망대공원 일대 등으로 단계를 나눠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백현마을은 2단계 사업지역인 신흥2동 등의 주민들이 이주해 갈 임대단지였다.

▲ 희망대공원 주변 2단계 재개발 구역도 <사진=뉴시스>

LH는 2단계 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09년 이미 판교에 이주단지를 마련했다. LH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듬해인 2010년 2단계 재개발 대상지역의 주민들에게 판교 이주단지의 입주신청을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2단계 지역의 3600여세대는 그해 여름 판교로 선이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해 7월 LH가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며 돌연 사업을 포기해 지금까지 3년이 넘게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성남시는 이후 건설사를 선정해 자체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지난해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LH는 지난해 백현마을 임대단지를 일반분양하고 2단계 재개발지역 이주단지는 위례신도시에 마련한다는 내용의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변경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례신도시는 3단계 재개발 이주단지 조성이 예정된 곳이며, 2단계 사업이 늦어져 임대단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3단계 이주단지 공급도 사실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성남시는 위례신도시에 직접 아파트를 짓고 이 분양금으로 재개발 이주비를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시 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통에 위례신도시 개발 안을 이달 3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3단계 이주단지 마련이 급한 통에 LH가 2단계 이주단지의 일반분양 공고를 내자 외통수에 걸린 성남시가 LH에 강경하게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성남시와 LH는 24일 김태년 민주당 의원(성남 수정)의 주선으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이 자리에서도 기존의 입장만 반복했다.

성남시는 이주단지를 일반공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LH가 2단계 재개발 사업추진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주민동의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LH는 일반공급을 우선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단계 재개발의 경우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일반공급을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LH 입장에서는 막대한 분양수익이 걸린 사안으로, 성남시 입장에서는 재개발의 성패가 걸린 사안으로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립을 벌이고 있다. 향후 양측의 대화 과정에서 성남시 2단계 재개발의 윤곽까지 드러날 전망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