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계 은행 페퍼저축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바탕으로 단숨에 업계 4위로 도약했다. 개인 신용대출을 확대해 빠르게 자산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속도감 있는 영업 전략을 펼치다보니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증가 등 자산건전성엔 적신호가 켜져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으로 지목되는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은 ‘자금난’에 빠진 상태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맞이할 때 페퍼저축은행은 위기가 대두되면서 수장인 장매튜하돈 대표의 경영 행보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3조3170억원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3조4117억원)에 이은 업계 4위 규모다. 2017년 말 자산규모 1조7125억원으로 업계 10위권에 턱걸이 했던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페퍼저축은행의 빠른 성장이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으론 공격적 영업방식이 지목된다. 페퍼저축은행은 개인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빠르게 대출운용액을 늘려왔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의 대출금 운용 규모는 2017년 말 1조5377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8295억원까지 늘었다. 2년여 만에 2배 가까이 운용액을 늘린 셈이다.

 

같은 기간 가계자금 대출 운용액은 7621억원에서 1조4875억원으로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5613억원에서 923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이 운용하는 대출금 중 가계자금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페퍼저축은행 성장은 개인고객 모객이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페퍼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신용등급 4~6등급 중신용자에게 적용하는 금리수준이 눈에 띈다. 지난달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 4등급 고객대상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4.55%다. 경쟁사인 웰컴저축은행(14.55%), 유진저축은행(16.01%), SBI저축은행(16.34%), OK저축은행(17.58%) 등에 비해 낮다. 빠르게 고객을 모을 수 있던 배경이다.

 

다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고객을 모으다보니 자산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6.66%로 경쟁사인 SBI저축은행(3.44%), 한국투자저축은행(2.21%), 유진저축은행(2.97%) 등을 크게 상회한다. 또 경쟁사들이 지난해 내내 NPL 비율을 낮춰온 것과 달리 페퍼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나빠진 점도 우려를 산다. 페퍼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지난해 3월 5.89%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NPL 비율은 은행의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연체율 관리도 문제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17년말 3.68%에서 1년 후 7.53%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관리를 통해 연체율을 일부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9%다. SBI저축은행(2.57%), OK저축은행(3.72%), 한국투자저축은행(2.06%) 등 경쟁사 연체율을 크게 상회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위기감이 맴돈다. 코로나 확산으로 영세 자영업자, 취약계층 등은 벌이가 크게 줄어 자금난에 빠졌다. 이들은 저축은행 주요 고객으로 지목되는 집단이다. 자금난으로 대출금 상환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업계선 1금융권이 코로나 사태로 대출승인에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저축은행이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저신용자 고객이 몰리는 곳이 저축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 모객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그럼에도 페퍼저축은행은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건전성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미 자산건전성이 업계 최악수준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무리하게 고객을 늘렸다간 자금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선은 장매튜하돈 페퍼저축은행 대표이사로 향한다. 그간 페퍼저축은행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해온 만큼 현 위기를 타계하는 데 장매튜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자산건전성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숙제를 해결해야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