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박물관’ 가면 전기 없는 세상 섬뜩하다

원자력발전 증설 불가피 절감...서초동 박물관서 산교육 절실

김진수 기자(jinsuac@skyedaily.com)

기사입력 2011-10-12 00:05:49

현대사회에서 전기 없는 세상은 단 한시도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의·식·주에 전기 없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것이 없다. 전기는 곧 소중한 생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번 정전대란 사태를 계기로 전기 부족국가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언제 어느 때 대정전이라는 이른바 블랙아웃 사태를 겪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위태위태한 전기공급 위기국가다. 지경부는 오는 2024년까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기준설비 예비율’을 안정권에 맞추지 못한 채 ‘목표설비 예비율’(절전목표 포함)만 2014년께 13.9%로 맞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설비 예비율 목표 기준으로는 향후 3년간, 설비 예비율 기준수요로는 5년간 동안 만의 하나 일어날지 모를 대정전 사태에 불안감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는 1000~2000MW급 원자력 발전소를 매년 1~2기 추가 건설해도 이런 상황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원전발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온난화에 대비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2℃를 낮추기 위해 무려 33조 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 증가로는 감당을 해내지 못해 오는 2035년까지 추가로 520GW의 신규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 설비 없이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방안이 없다. 관람객이 없어 썰렁한 서초동 ‘전기박물관’에 가면 전기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 전기박물관

지난 9월15일 예고 없는 초유의 정전사태로 인해 전국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때늦은 무더위로 수요예측의 오차와 유관기관 사이와의 정보소통 부재 등 전력사용량 예측이 빗나가면서 전국 162만 가구가 피해를 보았다.

지경부에 따르면 지난5일 정전 피해보상 신청 접수를 받은 결과 전체 신고건수는 8962건, 신고금액은 61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이중 50만원 이하 소액신청이 전체 건수의 5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전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피해액이 크게 발생돼 사회 전반적인 큰 문제로 부각됐다. 예고 없는 정전 사태의 계기로 전기의 중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운영하는 한국전력 전기박물관은 전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세기의 전기역사를 정리, 전기의 탄생 배경에 따른 역사성과 문화성이 간직된 곳이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한국 전기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존하고, 전기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1년 8월 10일 건립되었다.

▲ 안명진 전기박물관장

안명진 전기박물관장은 건립 배경에 대해 “지난 세기의 전기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전기의 소중함과 근대 과학의 발전과정을 알려주기 위해 전기박물관을 건립했다” 고 말했다.

안 관장은 이어 “이는 전력인의 혼이 담긴 소중한 전력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전기박물관은 손쉽게 전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가상공간으로써 센서에 따라 작동되는 첨단 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전기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과 플레밍의 진공관, 패러데이의 전자석 원리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주요 전시품은 전기 관련 유물 544점과, 전기 복제물 99개, 전기영상 설비 36개 등 총 810여 가지의 전기관련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기박물관은 크게 △전기에너지 역사관(630㎡) △현대전기관(348㎡) △친환경에너지관(661㎡)으로 구성돼 있다.

▲ 1887년 경복궁에 첫 전기가 들어온 모습 재현

전기에너지 역사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점등인 1887년 경복궁의 건청궁 앞뜰에서 첫 전기가 들어온 모습을 재현했다.

1887년 에디슨이 탄소선 전구를 발명한지 8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첫 전등불이 켜진 역사적 순간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개항과 더불어 이루어진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자주적 발전 가능성과 근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일로써 전기에너지 역사관 입구에서 볼 수 있다.

▲ 고종 황제와 한성전기의 역사 안내판

이곳에 들어서면 세계 전기역사를 비롯해 국내 전기산업이 발전해온 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1898년 고종 황제의 한성전기회사로부터 오늘날 한국전력공사에 이르기까지 전력사업 변천사와 우리나라 발전기의 과정을 확인 할 수 있다.

전차의 전력공급을 위해 제작된 발전기(축소 모형)는 엔진 200마력(Bell Engine Company 제작)을 갖췄으며 125W 교류·직류겸용의 최초로 제작된 발전기로써 1/5의 축소 모형으로 전시해 놨다.

이곳에서 직접 안내를 해준 김수연 주임은 “1930년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소비지인 가정까지 공급되는 과정과 그 때 사용되었던 전기 기자재의 모습 현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이외에 최초의 대중교통인 전차가 1900년대 종로 거리를 왕복으로 운행하던 모습을 재현한 모형 등 다양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교육의 장을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전기를 이용한 방송기기와 통신기기 등 전기산업의 발자취를 볼 수 있으며 에디슨 발명가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도 있다.

▲ 1900년대 종로 거리를 왕복 운행한 전차의 모습

현대전기관과 친환경에너지관은 직접 체험이 가능

현대전기관은 원자력발전과 수력발전, 화력발전 등 전기를 생산해 내는 발전원리를 직접 확인가능하며, 전기로 인한 놀이 체험이 가능하다.

▲ 원자력 발전소 축소 모형

이곳은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만들어진 전류를 통해 코일에 감긴 전자석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게임과 반사광을 이용해 실제 3차원 입체허상 체험코너 등 아이들이 직접 체험 할 수 있다.

이외에 몸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류를 직접 측정해 볼 수도 있으며, 전기를 이용한 축구게임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놨다.

친환경 에너지관 역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꾸며져 있으며 미래 대체 에너지에 대해 다양한 모형의 재현 현장을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

한편 전기박물관은 전기에 대한 각종 기자재와 전기를 이용한 놀이를 통해 전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복잡한 전기를 쉽게 풀이하면서 체험을 통해 교육함으로써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안 관장은 “전기의 발명으로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우리 생활에 너무 가깝고 밀접하단 이유로 그 중요성이 많이 퇴색돼 가고 있다” 며 “이곳에서 전기의 중요성을 다시 알고 절약하는 정신을 배워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