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저출산 문제, 인류 존속 위협 수준

박선옥 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7-17 00:02:37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 인류의 존속여부가 달려있는 매우 중대한 사태로 다가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지표평가연구소가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이번 세기 내에 세계 출산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불과 80년 사이에 일어날 엄청난 변화에 대한 연구진의 예측은 인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진은 2017년 당시 세계 출산율이 2.4였으나 이는 2100년이 되면 1.7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출산하는 아기의 수를 평균치로 나타낸 것이다. 남·녀 한 쌍이 평생동안 낳는 자녀 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구가 그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1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론적으로는 2명의 남녀가 2명의 자녀를 세상에 남길 때 인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태어난 모든 아이가 무사히 성인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점과 남·녀 전체 성비에서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의 수가 약간 적기 때문에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출산율 2.1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출산율 감소는 이미 지난 세기부터 시작됐다. 1950년에는 평균 출산율이 4.7이었으니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150년 사이에 출산율이 거의 3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앞으로 44년 후인 2064년에 최고점을 찍어서 약 97억명에 이를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점차 줄어서 2100년에는 약 88억명으로 내려간다. 과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몇 세기에 걸쳐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인구수를 놓고 보면 그리 충격적인 숫자가 아닐 수 있으나 개별 국가를 놓고 보면 과학자들의 우려를 실감할 수 있다. 연구진은 195개 국가 중에서 183개 국가가 현상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 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 중에서도 80년 후 인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23개국이다. 중국,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태국, 그리고 한국이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중국의 경우, 앞으로 4년 후에는 인구 14억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이후 급속히 감소해 2100년에는 7억3200만으로 거의 절반이 줄어든다. 인구 1위 자리는 인도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인도 역시 지금보다 인구가 줄어들기는 하나 중국의 급격한 감소로 순위가 바뀌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구 감소를 매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현재 인구분포비율 그대로 인구 감소가 진행된다면 그리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연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인간의 수효가 줄어든다면 에너지 소비와 쓰레기 배출 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줄어드는 효과가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구분포가 지금과 확연히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출산율이 내려가는 반면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면서 생산력 없는 노인인구 비율이 커지고 노동력을 제공할 청소년·유아층은 점차 줄어든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5세 미만 인구가 2017년 6억8100만명에서 2100년에는 4억100만명으로 3분의 1 이상 감소한다. 반면에 8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7년 1억4100만명에서 2100년에는 8억6600만명이 되면서 6배 이상 증가한다. 노동력은 3분의 2로 줄고 부양해야할 대상은 6배 이상 증가하니 80년 후에는 노동인구 1명이 감당해야할 노동력 부담이 지금보다 9배 증가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이 ‘입이 딱 벌어질(jaw-dropping)’ 사태라고 우려할 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해결책은 무엇인가? 연구진들은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어느 곳이나 인구가 다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하 지역에서는 2100년까지 인구가 현재보다 3배 정도 증가해서 30억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거의 8억에 육박하면서 인도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구가 급감해 일손이 부족한 지구촌 곳곳을 아프리카 인구 폭증으로 남아도는 흑인의 노동력이 채우게 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시설이 아프리카로 이동하든지 아니면 아프리카 인구의 이민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한다는 결론이 따라온다. 어느 쪽으로든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경제적인 타격과 함께 아프리카 인구 유입에 따른 문화적 혼란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감소가 여성의 교육 및 경제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결혼·출산과 관련해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은 결혼과 자녀양육에 대해 미혼 남녀가 갖는 큰 부담감을 꼽을 수 있다. 당장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집값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오르니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서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있겠느냐며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 등을 포기하는 3포·4포·N포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100년의 한국, 80년 후는 멀지 않은 미래다. 눈앞의 표심만을 겨냥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구 감소에 대처하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