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란, 집값폭등, 성추문 의혹 등 정부·여당의 거듭된 실정에 청년들이 분노했다. 제75회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을지로에서는 청년 시민단체 주최로 4.15 부정선거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블랙시위’가 진행됐다. ‘진실’을 갈구하는 청년들의 뜨거운 열망은 코로나 공포, 정부·서울시의 집회규제, 폭우·폭염 등을 보란 듯이 이겨냈다.

 

 

앞서 서울시는 시내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법원은 14일 을지로에서 개최되는 ‘블랙시위’에 대해서는 집회를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집회 자체의 개최를 원천금지하는 처분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필요 최소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을지로에서 열린 ‘블랙시위’는 당초 참석예상인 40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청년들이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을 파면한다”나 “재검표 실시하라” 또는 “나라가 니꺼냐”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하나 같이 결연한 표정이었다.

 

일부 참가자는 미묘한 미소와 붉은 볼, 양 쪽 끝이 올라간 콧수염, 가늘고 뾰족한 턱수염이 특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었다. 1605년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폭파한 ‘가이 포크스’의 외모를 비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가면은 2005년 헐리웃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면서 국민 저항의식을 상징하는 소품으로 활용됐다.

 

집회는 일말의 물리적 행위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단상에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어린이들이 박수갈채 속에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식이나 어린 동생과도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4.15 부정선거 진실을 규명하라”, “문재인 독재와 중국공산당을 막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단상 위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보였다.

 

서울대에 재학 중이라는 박보람 씨(22)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이제는 그만 경험하고 싶다”며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미래의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적어도 정상적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년은 “블랙시위는 단순히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이 아니다”며 “민심과 동 떨어진 선거 결과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며 그 결과로 인해 국운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표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미래의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적어도 정상적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일명 ‘차이나게이트’로도 지칭되는 4.15 부정선거 의혹은 지난 총선 당시 중국인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과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인터넷 언론기사에 정치편향적 댓글을 달던 네티즌 일부가 중국공산당 비판 홈페이지 주소를 실수로 클릭한 뒤 “나는 개인이오. 어디 변절을 합니까” 등과 같은 수상한 해명을 내놓는 사태가 발단이 됐다.

 

중국의 외국 선거개입 정황은 그동안 수차례 포착돼 왔다. 2015년 4월에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FRA)이 중국 정부가 양성한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 규모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내부문서 추정 자료를 근거로 보도했다. 2017년 7월에는 라인스 프리버스 미 백악관비서실장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북한이 그간 미 대선에 개입해왔다”고 폭로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됐다.

         

현재 정부·여당·선관위는 의혹을 강력부인하면서 법적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선관위 측은 “의혹을 주장하며 제시하는 것들은 전혀 부정선거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선거 효력에 이의가 있는 선거인은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의혹만을 유포하지 말고 선거소송을 제기해 모든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올해 5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민경욱 전 의원과 유튜버 A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의정부지검은 같은 달 투표용지 유출 혐의로 민 전 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변호인 두 명까지도 신체를 수색해 변론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