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이 자신만의 춤을 추도록 교육하죠”

▲ 2010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서울무용교육원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용교육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옥희 대표, 최창학 강사, 구성아 강사 [사진=최원우 기자] ⓒ스카이데일리

“춤이란 움직임을 억지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기 안에 내재된 예술성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한 것이죠. 나의 이야기, 내 안에 숨겨진 잠재력이 드러나요. 그래서 우린 교육생 안에 있는 개인의 예술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요. 교육생들은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말하죠.”

2010년 설립된 서울무용교육원은 10년간 국가가 실시하는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공고가 올라오면 인원을 파견해 사람들에게 무용을 가르쳤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각 대상에 맞는 무용교육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교육생들이 배우며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스카이데일리는 김옥희 서울무용교육원 대표(54·여), 최창학 강사(55·남), 구성아 강사(34·여)를 만나봤다.

무용은 내 안의 나를 찾는 과정

무용계에서 오랜 활동을 이어오며 10년간 서울무용교육원을 이끌어온 김옥희 대표는 교육원 설립 당시만 해도 예술은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것이어서, 다가가는 방법론과 사례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몸으로 부딪히며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실행해보며 노하우를 모색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일단 많은 사람을 만나보자고 생각했죠. 만나서 느낀 점을 적용했어요. 철학은 변하지 않았지만 교육은 10년 동안 사회가 변하는 만큼 발전했죠.”

“저희 철학이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교육하죠. ‘씰룩씰룩 춤추는 이야기와 풍경들’이란 프로젝트에선 아이들에게 무용, 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요. 화려한 색깔의 훌라후프를 바닥에 깔고 공간을 분리해 그 안에서 움직여 보는 시간을 가지죠. 나무 사이에서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동작을 몸으로 표현해보는 시간도 가져요.”

▲ “처음 시작 당시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 하는 예술강사 선생님들이 학교를 넘어 밖에서도 다양한 예술활동들을 필요로 했고 그때 당시만해도 무용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곳이 많지 않았기에 함께 모여 다양한 실행을 하면서 노하우를 같이 공유해 나갔습니다.” 사진은 서울무용교육원 김옥희 대표 ⓒ스카이데일리

“‘춤의 인문학’이란 프로그램도 있어요. 중장년층이 교육을 받으러 오시죠. 보통 그 나이쯤 되면 인생의 2막을 준비하시며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흰 춤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소주제 ‘삶, 해석으로서의 춤’ 시간에 춤 연습을 하시다 다친 분이 있었는데 너무 열정적으로 하다가 넘어져 다치셨죠. 그분께선 내 안의 숨겨진 예술성을 발휘해 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랜만에 열정적으로 하다 그렇게 됐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춤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처음엔 나의 몸에 집중하고 몸에 기억된 흔적과 경험, 내가 추구하는 방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고 마지막엔 나만의 춤으로 하나의 주제를 표현하는 공연까지 하죠.”

서울무용교육원은 자연과 하나 되는 움직임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식물분류학을 전공하고 팀에서 생태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최창학 강사는 이런 믿음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

“저 역시 우리는 살아갈 때 자기다움은 잊어버리고 타인의 눈과 시각에 의해 조종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꼭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춤을 통해 나를 찾는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이유죠. 전 자연적이고 생태적이며 가장 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연적인 움직임은 생태계와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했죠.”

“자연은 늘 한결같고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요. 부자연스러운 것 없이 있는 그대로요. 그래서 자연과 호흡하며 배워보자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움직임을 통해 삶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무용교육 이어갈 것”

▲ “수업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친밀하고 믿음감 있게 다가갈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죠. 결과물로 인한 뿌듯함과 만족감은 엄청나요.” 사진은 '춤 인문학' 수업 [사진제공=서울무용교육원]

서울무용교육원 대표와 강사들에게 무용 교육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교육 준비하고 직접 진행하며 자신의 열정이 유지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다른 강사도 배운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움직임을 위해선 용기가 필요해요. 본인도 본인 안의 것을 꺼낼 수 있도록 노력해주셔야 해요.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를 열고 즐거움에 경지에 이르죠. 실제로 움직이고 나서 ‘나도 춤을 출 수 있구나’라고 느끼시는 분이 굉장히 많아요.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는 거죠.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김 대표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자가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삶을 터놓고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해요. 저희도 마음을 열고 교육하다 보면 삶이 풍성해지고 추억이 만들어지죠. 좋은 인연도 만들고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점 덕분에 만족하며 활동하고 있죠.”

현재 초등학교에서 예술을 교육하며 서울무용교육원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구성아 강사는 내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이 부분에선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년간 한국무용계에서 각종 공연 무대에 섰고 아울러 무용교육 멘토로서도 활동해왔다.

“대표님이 매일 연구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단체가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이곳에서 더 많은 기획을 하며 개발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도 수업을 통해 정말 다양한 계층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저의 삶의 큰 기쁨이었어요. 특히 초등학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어 성인을 접할 기회는 많이 없었기 때문에 압박감도 있었지만 대표님, 다른 강사님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웠어요.”

김 대표는 칭찬이 부끄러운지 단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설명했다. “저희 단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돌보면서 연구와 투자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 부분을 보완하고 정리해보는 과정도 필요하죠.”

“나 자신을 춤으로 표현하면서 자신이 받은 상처와 아픔을 털어버리는 분을 여럿 봤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희 단체는 일반사람들에게 움직임 치유를 통해 그들이 삶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활동하고 싶어요. 거창한 꿈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4차 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새 프로그램을 구성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