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한잔에 2차 맥주’…애환을 장악한 드라마

‘소주 맥주’…애환을 장악한 드라마
[열전! 창조경제 명암<14>]-하이트진로그룹…승승장구 속 복잡한 후계작업

김신 기자(skim11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3-10-10 00:05:09

한국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라는 평판을 들어 왔다. 이는 다른 말로 경제가 급성장 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경쟁이 치열한 한 가운데 놓여 늘 무거운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과 같다. 비즈니스와 직생생활에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소주’와 ‘맥주’는 가장 살가운 친구가 됐다. 특히 소주는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았다고 할 만큼 정겹고 친근한 한국인의 대표 술로 사랑을 받는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주류 종류 중 판매량 1, 2위를 차지하는 ‘소주’와 ‘맥주’ 두 가지를 모두 생산해 내는 대표적인 한국의 주류기업이다. 지난해 2조원을 상회하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과거 ‘크라운맥주’로 맥주시장 만년 2위에 머물렀던 ‘조선맥주(주)’는 20년 승승장구하던 동양맥주의 OB맥주 아성을 무너뜨린 ‘하이트맥주’를 선보이며 일약 맥주시장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이후 최근 20년 가까이 하이트맥주는 거의 독주체체로 맥주시장을 이끌어 왔다. 사명도 ‘하이트맥주(주)’로 변경하면서 지난 2005년에는 ‘두꺼비소주’로 더욱 유명한 ‘진로’를 흡수해 소주시장에도 발을 내딛었다. 이 같은 ‘하이트맥주(주)의 성공에 국민들은 “소주 한잔에 고단한 삶을 풀고 2차 맥주로 애환을 풀어 주었다”는 평을 한다. 주류업계는 또 “한국인들의 애환을 장악한 드라마 같다”는 말을 하곤한다. ‘하이트맥주(주)’는 이후 해외시장 진출 확대, 지주회사 체제 변경 등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그룹의 면모를 갖춘 회사로 부상했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창업주의 아들이자 회장직을 역임 중인 박문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박 회장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 지분의 29.4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2대주주는 박 회장과 그의 아들들이 최대주주 및 대주주에 올라 있는 ‘서영이앤티(주)’다. 그 외 나머지 계열사들은 지주회사 및 자회사들이 ‘하이트진로(주)(54.72%)’를 제외하곤 모두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특히 지주회사의 2대 주주인 ‘서영이앤티(주)’는 하이트진로그룹 후계 구도 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을 끌고 왔다. ‘서영이앤티(주)’는 과거 하이트진로그룹의 협력사였으나 박 회장의 아들인 박태영 전무 및 박재홍 씨가 최대주주 및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 후계 구도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은 보유했던 계열사 지분을 ‘서영이앤티(주)’에 넘겼고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되면서 ‘서영이앤티(주)’가 단숨에 지주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변칙 증여혐의가 포착돼 국세청으로부터 약 3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소주’와 ‘맥주’를 반세기 이상 판매해 온 하이트진로그룹의 성장과정, 경영행보, 지배구조, 복잡하게 진행된 후계 구도 등을 취재했다.

▲ 만년 2등 ‘크라운맥주’를 정상의 반열에 올려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고 ‘두꺼비소주’로 더 유명한 ‘진로소주’를 인수하면서 국내 주류시장의 대표기업으로 부상한 ‘하이트진로그룹’은 현재 박문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지난 6년간 후계 구도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경영 승계가 한창 진행 중이다. 협력사 지분을 매입해 지주회사의 대주주로 자리매김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부침도 겪었지만 현재 박 회장의 두 아들들이 최대주주, 대주주로 올라 있는 기업이 지주회사의 2대주주다. 사진은 하이트진로그룹 서초사옥 전경. ⓒ스카이데일리

한국경제의 산업화는 일제 36년과 6·25 전쟁 등의 굴곡 속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디게 시작됐지만 속도만큼은 어느 선진국이나 개도국에 비해 빨랐다.

결국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서는 1세기가 넘는 오래된 기업들이 많은 데 반해 우리는 장수기업이 나올 토양이 척박한 환경이었다. 간간히 역사적인 기업들은 현대사의 굴곡에 못이겨 자취를 감춰야 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 가운데서 살아남은 몇몇 기업들은 오히려 강한 생명력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업체들은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반열에 올라 있다.

국산 맥주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크라운맥주’와 ‘두꺼비소주로 유명한 ‘진로소주’ 등을 이끌어 온 ‘하이트진로그룹’이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은 국내외 총 20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들은 총 매출액 약 2조1122억원, 영업이익 약 2168억원, 당기순이익 약 415억원 등을 시현했다.

또 2012년에는 총 매출액 약 2조816억원, 영업이익 약 1840억원, 당기순이익 약 633억원 등을 시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손꼽히는 소주와 맥주 ‘한 지붕 아래로’

▲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식회사가 전신인 ‘하이트맥주(주)(구·크라운맥주)’는 1967년 고 박경복 회장이 당시의 ‘조선맥주(주)’를 인수한 후 사세를 확장시켰다. 이에 ‘하이트맥주(주)’는 새로운 브랜드인 ‘하이트맥주’를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둔 후 지난 2005년 우리나라 전통의 소주 생산업체인 ‘진로’를 인수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그룹 청담사옥 전경 ⓒ스카이데일리

하이트진로그룹의 전신은 지난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식회사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맥주회사인 ‘조선맥주(주)’다.

그 당시 일본의 맥주회사들은 우리나라로 진출해 일본정부의 비호 아래 엄청난 이득을 챙기며 사세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광복 이후 미국 군정에 의해 적산 관리 기관을 거치며 수익률이 낮아지자 차츰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조선맥주(주)’도 대표 브랜드명을 ‘조선맥주’에서 ‘크라운맥주’로 변경하는 등 자구책을 펼쳤지만 신통치 않았다.

결국 1967년 부산에서 주정, 소주 등을 생산하던 대선발효공업 고 박경복 회장에게 기업이 넘어가게 이른다.

그 후 ‘크라운맥주’는 꾸준한 실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대표 주류회사로 성장했지만 ‘동양맥주’의 ‘OB맥주’ 아성을 넘지 못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조미료 ‘미풍’이 ‘미원’을 넘지 못하는 격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순간에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벽이 무너졌다. 1993년 기존의 대표 브랜드인 ‘크라운맥주’를 대신할 신제품 ‘하이트맥주’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맥주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지하 150m 100% 천연 암반수’라는 카피의 광고는 전 국민들에게 깨끗함의 이미지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광고 중 하나로 기억됐을 정도였다. 20년의 OB맥주 아성이 무너지고 하이트가 등극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이트맥주’의 높은 인기로 1996년 맥주 업계1위로 올라선 ‘조선맥주(주)’는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주)’로 변경하고 다시 20년을 맥주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다.

2001년 고 박경복 회장은 그의 아들이자 당시 ‘하이트맥주(주)’의 사장직에 있던 박문덕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기업은 본격적인 2세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듬해인 2002년 ‘하이트맥주(주)’의 ‘하이트맥주’는 100억병 판매고를 올렸고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우리나라 전통의 소주생산 업체인 ‘진로’를 인수했다.

‘진로’는 1924년 설립된 ‘진천양조상회’가 그 전신으로 기업의 상징인 ‘두꺼비소주’로 꾸준한 매출실적을 기록한 기업이다. 또 1970년에는 국내 소주시장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맥주(주)’는 2007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수출부문을 통합해 해외사업본부를 통합해 중국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하기 위해 ‘하이트맥주(주)’를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주)’를 설립했다.

그 후 2011년 그룹명을 ‘하이트진로’로 변경했고 ‘하이트홀딩스(주)’는 ‘하이트진로홀딩스(주)’, ‘하이트맥주(주)’는 다른 계열사인 ‘진로’를 통합해 ‘하이트진로(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2세 경영인 박문덕 회장 중심 지배구조 형성

▲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창업주의 아들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박문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그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지분 29.49%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그룹 청담사옥 전경ⓒ스카이데일리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창업주의 아들이자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문덕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문덕 회장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지분 29.4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 ‘서영이앤티(주)’는 지분의 27.6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서영이앤티(주)’는 박 회장이 14.69%, 장남인 박태영 전무가 58.44%, 차남인 박재홍 씨가 21.62% 등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 외에도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더해 박문덕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총 지분은 66.0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6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또한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는 주력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주)’의 지분 54.72%, ‘하이트진로산업(주)’, ‘하이트주정(주)’, ‘(주)보배’ 등 3개 자회사의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들은 국내외 12개 계열사(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그 중 ‘Jinro Inc’는 ‘JGC’(증손자회사)의 지분 100%를 가졌다.

논란 일으킨 6년간의 치밀한 경영 승계 작업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 6년간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치밀한 움직임이 이어졌다고 한다.

또 그 중심에는 현재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2대주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서영이앤티(주)(구·삼진이엔지(주))’가 있다는 전언이다.

▲ 박문덕 회장의 두아들들이 대주주인 ‘서영이앤티(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그룹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사진은 하이트진로그룹 서초사옥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영이앤티(주)’는 과거 하이트진로그룹의 협력사로써 맥주 냉각기 제조 및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기준 ‘서영이앤티(주)’의 지배구조는 박문덕 회장의 차남 박재홍 씨 외에 정모 씨 30%, 유모 씨 18% 등 총 4명의 대주주로 구성돼 있었다. 차남 박 씨는 당시 지분이 27%에 불과했다.

이듬해인 2007년 박 회장은 아들인 박 씨 소유 주식 외에 나머지 주식을 5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2007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 상에는 ‘서영이앤티(주)’의 지배구조는 박 회장이 아닌 ‘박태홍’이라는 이름이 대주주 명단에 적혀 있었다. 그는 지분의 73%(나머지 27% 지분 박재홍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 후 2009년 최대주주 ‘박태홍’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 이름이 그 자리(최대주주)를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07년 ‘서영이앤티(주)’의 계열사와의 거래내력을 살펴보면 총 매출액 약 142억원 중 139억원의 매출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에 당시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매입한 주식이 박태홍 씨를 거쳐 박 전무에게로 넘어간 사항은 주목할 만한 사항이지만 박태홍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지분이 박 회장의 두 아들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볼 때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2008년 ‘서영이앤티(주)’는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 주식은 박 회장외 9명이 소유한 것으로 같은 해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와 함께 2007년에는 ‘(주)하이트맥주’의 계열사였던 ‘하이스코트(주)’의 박 회장 소유 주식 100%가 ‘서영이앤티(주)’(구·삼진이엔지)로 넘어갔다. 또 그 다음해인 2008년 인적분할 돼 ‘하이스코트(주)’와 ‘삼진인베스트(주)’로 나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7년 당시 ‘하이스코트(주)’는 그룹 내 주력계열사인 ‘(주)하이트맥주’의 지분 9.81%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2008년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주)하이트맥주’가 인적분할 되면서 ‘삼진인베스트(주)’는 지주회사의 지분 9.81%를 보유하게 됐다.

2009년 ‘삼진인베스트(주)’는 보유했던 ‘(주)하이트맥주’의 주식을 넘기는 대신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의 주식을 받게돼 24.2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2010년 ‘서영이앤티(주)’는 단독 출자한 자회사인 ‘삼진인베스트(주)’를 1:0의 비율로 흡수했다. 또한 그 후에도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주)’ 지분율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그 후 2012년 서영이앤티(주)는 투자부문을 분할한 ‘하이스코트(주)’를 ‘하이스진로(주)’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2010년 과거 ‘삼진인베스트(주)’의 전신인 ‘하이스코트(주)’의 지분이 ‘서영이앤티(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칙 증여 혐의가 적발돼 국세청으로부터 약 38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약 6년간의 과정을 거치며 협력사가 박 회장의 두 아들들 소유 회사로 변모했고, 또 하이트진로그룹의 2대주주로 올라선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약 6년간 신중한 후계 구도 작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그룹 내 지배력은 박 회장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향후에도 어떤 새로운 방식의 후계 구도 작업이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