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수차례 발생한 화재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던 코나 전기차(EV)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단행키로 했다. 리콜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셀의 제조 불량이 코나 EV의 화재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리콜 비용 분담을 두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9일부터 국내에서 코나 EV에 대한 리콜을 시작한다. 아이오닉, 전기버스 일렉시티 등 전기차는 7월 1일부터 리콜이 진행된다.

국내 리콜 대상은 △코나 EV(OS EV) 2만5083대 △아이오닉 EV(AE PE EV) 1314대 △전기버스 일렉시티(LK EV) 302대 등 2만6699대다. 이들 차량에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장쑤성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자재 수급 계획에 따라 배터리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자세한 사항은 고객에게 발송되는 레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통보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다음주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리콜 신고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리콜 대상은 △코나 EV 5만597대 △아이오닉 4402대 △전기버스 일렉시티 3대 등 5만5002대다.

이번 리콜 대상 차량은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 전체를 교환받게 된다. 교체되는 배터리는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제조 불량 문제를 해소했고 양극 기재부에 절연 코팅을 적용해 합선 가능성을 방지했다.

현대차는 이번 리콜과 관련해 “고객 불편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할 예정이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가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3년 내 수차례 발생한 차량 화재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코나 EV에서는 2018년 5월 이후 국내에서만 1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 일렉트릭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코나 EV 등 해당 화재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난징공장에서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정밀 조사와 함께 화재 재현 실험 등을 추진해 왔다. 조사 결과 배터리 셀 내부 열 폭주 시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7일 대구 칠곡 코나 EV 화재 영상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대구 화재의 차량 중간 조사 결과에서는 화재가 3번 팩 좌측의 배터리 셀에서 발생했고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화재로 소실된 것이 확인됐다.

KATRI는 리콜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 분해 정밀 조사 결과 셀 내부 정렬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화재 재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코나 EV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도 확인했다. KATRI는 이로 인해 급속 충전 시 리튬 부산물 석출을 증가시키는 등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KATRI 주관의 화재 재현 실험 등 일부 완료하지 못한 결함 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리콜의 적정성도 조사해 필요할 경우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의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대책을 다음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뉘앙스의 결과를 발표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음극탭 접힘은 국토부 발표대로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화재의 원인으로 가능성이 언급된 분리막 손상은 합동 조사단의 실험 결과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현대차의 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의 경우 당사가 제안한 급속 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BMS에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협조해 추가적으로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인 규명 등 조사가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국토부, 현대차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며 “배터리 제품 설계 단계부터 제조,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코나 EV 등에 대한 자발적 리콜로 지난해 4분기 경영 실적에 1조원의 리콜 비용을 반영한다고 24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의가 타결되지 않은 만큼 일단 리콜 비용 전액을 회계에 반영하고 추후 분담률 등을 반영해 최종 품질 비용을 산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국토부와 KATRI의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양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며 “우선적으로 배터리 교체를 실시하고 추후 LG에너지솔루션과의 비용 분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