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남화산업 크리스에프앤씨 실적 급증

골프는 야외에서 소수 인원 즐기는 스포츠 인식 확산

이재훈 기자(j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2-28 21:13:37

▲코로나 확산 속에서 골프업계가 2020년 최대 호황을 누렸다. 외출과 실내 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둘 다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여가 활동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무안CC]

코로나 확산 속에서 골프업계가 2020년 최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과 실내 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둘 다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여가 활동이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골프업계 최대 호황은 관련 업계 실적으로 확인됐다. 스크린 골프장 1위 사업자인 골프존(215000)과 무안CC(사진) 등 대중 골프장을 운영하는 남화산업(111710), 핑·파리게이츠·팬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골프웨어 전문업체 크리스에프앤씨(110790) 모두 2020년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30% 넘게 늘었다.

2월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크린 골프장 소프트웨어 개발 및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골프존은 2020년 영업이익이 515억7291만원으로 2019년 대비 60% 증가했다. 매출은 21% 늘어난 2985억2408만원이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지주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로부터 인적분할된 2015년 이후 사상 최대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 시장 1위 업체다. 매출의 80%가 스크린 골프장에 사용되는 골프 시뮬레이터(GS) 판매, 온라인 서비스에서 나온다. GS는 실제 골프장에 나간 것 같은 화면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골프존의 스크린 골프 시장 점유율은 2005년 30% 정도였으나 GS 개발·보급에 힘입어 60~70%까지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경쟁사인 카카오VX와 SG골프는 각각 20%, 10%로 알려졌다.

전남 무안의 대중 골프장 무안CC를 운영하는 남화산업도 2020년 영업이익이 34.3% 증가한 74억5078만원, 매출은 18% 늘어난 177억1393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회사 측은 전반적인 내장 고객 증가로 매출액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남화산업은 광주·전남에 대중 골프장 35개소, 회원제 8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자제 분위기로 지난해 스포츠·레저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골프는 예외였다. 야외에서 소수 인원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해외로 골프 여행을 가던 사람들이 국내나 스크린 골프장으로 몰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 골프장 예약건수가 19만8000건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13.2%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골프 붐에 관련 의류를 판매하는 업체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핑, 파리게이츠, 세인트앤드류스 등 해외 골프웨어를 국내에 판매하는 크리스에프앤씨(110790)의 2020년 영업이익은 498억원으로 2019년 대비 32% 늘었다. 매출도 12.7% 증가한 2924억원이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회사 측은 골프산업이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매출액이 늘었고 온라인 매출이 확대된 것도 주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골프 산업 시장 규모가 2019년 6조7000억원에서 2023년엔 9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경으로 한국 프로골퍼들의 활약, 주 52시간 근무 확산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 대중 골프장 증가, 스크린 골프시장 성장, 코로나19 특수를 꼽았다.

단,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국내 대중 골프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으로 몰렸던 사람이 분산되며 이용객 수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프업계의 최대 호황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소득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씁쓸하다. 아무리 어렵다고 아우성쳐도 즐기는 사람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