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막바지까지 ‘집값 안정’이라는 국정과제 완수는커녕 역대 정부 중 집값을 가장 많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위기에 놓여있는 문재인 정부가 막바지 집값 안정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4일 수도권 2025년까지 수도권에 61만2000호, 지방 22만호 등 총 83만6000호의 막대한 규모의 공공개발계획을 발표하더니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0일 1차 택지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서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광명 시흥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하고 부산 대저·광주 산정 등을 중규모 공공택지로 확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재보궐 선거와 더불어 내년 대선이라는 굵직한 선거를 앞둔 ‘정말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는 평이 자자하다. 

 

‘급하긴 급했나 보다’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가 전부가 아니다. 이번 공급대책 역시 집값 안정보다는 시장을 혼란을 가중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앞서 공개된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광명·시흥 택지의 경우 기존에 공개된 일부 택지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입지라는 평을 받는다.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지역은 아직 교통 대책마저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상황인데 광명·시흥 택지의 경우 1·2·7호선과 더불어 신안산선 등 교통망이 어느 정도 확정돼 있다. 

 

이러한 탓에 3기 신도시를 기다리던 다수의 실수요자 사이에서 올해 있을 사전청약에서 일부 인기가 떨어지는 택지지구에는 청약 통장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넓게 퍼지고 있다. 어차피 똑같이 가점, 추첨으로 경쟁을 한다고 하면 자신의 재산적 손해 위험이 적은 지역에 던지겠다는 심리다.

 

두 번째 문제는 이번 택지 발표로 인해 서울 외곽 지역의 매수세를 도리어 높인 것이다. 신규 택지와 더불어 교통망 구축이 함께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남권이 지역의 수혜 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서울 금천구, 구로구 등 지역은 서울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적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수세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수혜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이들 지역 소형 아파트 매수세가 붙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양상이다. 소문이 퍼지며 호가는 더욱 올라가는 추세다. 이러한 탓에 ‘아무리 못해도 서울이 가장 위험이 적다’, ‘서울이 답이다’라는 심리도 적지 않게 퍼지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등 공급 계획은 서울의 수요를 분산시켜 치솟은 서울의 집값을 잡는 것이 주된 목적인데 일부 택지는 수요를 전혀 분산은커녕 외면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택지는 서울 쏠림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이것이 지금 정부의 부동산 대책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한 것은 알겠지만, 급한 마음에 내놓은 대책은 계속 시장 불안을 가중 시키고 있다. 기존 공급안의 첫 삽이라도 제대로 떼고 추가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지금의 대책은 시장 불안을 오히려 가중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