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의 역작으로 평가되는 ‘더현대 서울’ 백화점을 두고 관련업계 안팎이 회의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기존에 없던 풍성한 ‘볼거리’를 갖췄다곤 하나 마케팅·소비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남는다는 평가다. ‘쇼핑 경험’ 측면에서도 신세계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과 경쟁우위를 갖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의 캐시카우로 평가되는 고급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이 미흡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남아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일련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더현대 서울이 현대백화점 사업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소재 더현대 서울 백화점은 개점 전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서울 최대규모, 실내 자연공간 조성 등 문구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 관심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식오픈 이후 더현대 서울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때 여의도 일대 교통이 혼잡을 빚기도 했다.

 

천장이 유리로 제작된 더현대 서울은 3300㎡(1000평) 규모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을 갖추고 있다. 12m 높이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740㎡·224평)도 조성됐다. 기존 백화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실내 조경공간은 소비자가 신선한 경험을 가능토록 한다.

 

또 33㎡(약 10평) 규모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도 들어서 있다. 언커먼스토어를 이용한 소비자는 별도의 지불행위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복합문화시설 ‘알트원’(ALT.1)과 차세대 문화센터 ‘CH 1985’(Culture House 1985)도 조성됐다.

 

그러나 일련의 ‘장치’들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 실내 조경공간 등이 모객동력을 일으키기엔 미흡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장은 ‘오픈 효과’ 등이 겹치며 대단위 고객을 불러들이는 덴 효과를 보겠지만 소비자들이 금세 싫증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행위의 1차적 목적은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불러오려는 것이다”며 “온라인 유통업체에 주도권을 뺏긴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소비행위 유무를 떠나 일단 고객을 모아야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더현대 서울은 고객을 끌어모으는 1차적인 역할은 어느 정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다만 실내 조경공간과 소규모 무인매장 등이 발산하는 고객유인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 신세계 등이 제아무리 혁신을 꾀해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만큼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며 “바로 옆에 있는 여의도 공원 및 여타 쇼핑몰을 두고 실내 조경공간과 무인매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현대 서울을 선택할 고객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렇다보니 더현대 서울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구도에서도 다소 밀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현대 서울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고급 브랜드 유치다. 더현대 서울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디올, 롤렉스 등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았다. 생로랑, 티파니앤코, 부뤠론 등 브랜드는 입점하지만 점포 정식 오픈 때까지 매장 문을 열지 못했다. 매출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도 더현대 서울의 고급 브랜드 유치 실패에 부정적 반응을 드러낸다. 정식오픈 첫 주에 더현대 서울을 방문했다던 한정연(30·여) 씨는 “개인적인 생각일 순 있지만 여성들은 백화점을 방문한 날에 다수의 브랜드를 한꺼번에 둘러보는 경향이 있다”며 “더현대 서울에 신기한 볼거리는 많지만 정작 살만한 건 많지 않았고 여러가지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구경하지 못한다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은 비싼 명품이지만 대기번호를 받고 매장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인기있는 브랜드가 입점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아마 명품을 구매하려 할 때 더현대 서울 방문을 선택하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더현대 서울 식품관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나온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1층에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을 조성했다. 이곳은 전국 유명 맛집을 비롯해 90여개 F&B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구성은 화려하지만 기존 백화점·쇼핑몰 식품관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더현대 서울 식품관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과 비슷한 느낌이다. 비교해도 좋은 점을 찾기 힘들다”, “유명 맛집이 입점해 있다곤 하지만 번잡한 분위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식사를 선택하고 싶진 않다”, “옆에 있는 IFC몰에서 조용히 식사하는 걸 선택하겠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더현대 서울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마케팅·타게팅 등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신세계 스타필드와 같이 차별화되면서도 목표고객을 분명히 해 소비자들의 꾸준한 발걸음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전략을 잘 짜고 있다고 보는데 쇼핑몰에 사우나, 운동시설 등을 조성해 스타필드를 하나의 놀이·문화공간으로 만들었고 야구단 인수 등으로 에너지 넘치고 진취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까지 불어넣었다”며 “일련의 행위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타필드 등을 방문하면서 가슴 뛰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반복적인 방문에 나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더현대 서울이 제공하는 가치는 아직까지는 모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큰손’ 고객들을 모으는 데 힘을 준 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서 30대 이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비중을 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현대 서울이 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지금 제공하는 쇼핑경험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무인매장을 확장하거나 또다른 첨단기술 등을 유통에 접목시키면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