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관례도, 전통혼례도,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전통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를 지키기 위한 예산과 기회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자체나 정부 부처 등 기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전통문화의 공식화와 계승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민족의 근본을 발견하고 이를 계승하고자 하며 동시에 전통문화와 민족정신의 근본에 다가가고자 하는 단체다. 최영광 사무총장은 이 단체가 처음으로 궁중혼례를 공식 시연하며 그 명맥을 이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결혼에 큰 비용을 들이기 어려워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에 무료로 전통혼례를 지원함으로써 취약계층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의 최영광 사무총장(57), 김문오 집행위원장(51), 김동은 감사(57)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위기에도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한시 대중화 사업, 어린이 민속씨름대회, 무료 전통혼례, 청소년의 자아 확립을 위한 자(字) 보편화 운동 등을 진행했다. 김문오 집행위원장은 그 중 가장 주력으로 진행해온 사업이 무료 전통혼례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관혼상제에 관련된 활동을 하려던 것이 전통혼례 사업의 계기가 됐어요. 관혼상제의 사례인 관례, 혼례, 상례, 제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혼례잖아요. 처음엔 궁중혼례에 초점을 맞췄어요. 2007년에 처음으로 궁중혼례를 시연한 것이 저희 단체예요. 이후 조선왕조 21대 왕인 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를 재연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를 일반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궁중혼례란 본래 왕실의 큰 행사였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이나 위상 등에서도 보급이 어려웠거든요. 무료 전통혼례 사업의 시작에는 궁중혼례보다는 전통혼례의 비중을 키움으로써 일반 가정에도 보급하자는 취지가 녹아있어요.”

  

전통혼례는 본래 친영례와 폐백례, 도합 두 번의 식으로 이뤄진다. 신랑이 먼저 신부를 맞이하러 신부집에 가서 혼례식을 올리는 것을 친영례라 하며 친영례가 끝나고 3일 후 신부가 이바지 음식을 장만해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이 폐백례다.

 

 

성인식으로 받는 두 번째 이름, 자(字)를 통해 청소년의 성인 자아 확립 도와야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가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자(字)’ 보편화 운동이다. 예로부터 이름을 직접 호명하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겼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년이 되면 자(字)와 호(號)를 지어 이름 대신 썼다. 주변인이 별명처럼 붙여주었던 호와 달리 자는 성년식인 관례를 치른 후 주변 스승과 어른들이 지어줬으며 자를 가지고 나서야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는 현대의 청소년에게도 성인으로써 자립을 위한 성년식과 성년식의 가장 중요한 의례인 자관자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 보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 청소년이 되고 마침내 어른이 되었는데 사사로이 어릴 때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돼요. 스승이나 성년식을 진행하는 철학관 등에서 자를 받아 성인으로써 스스로 서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청소년기를 마치고 성인의 자아를 얻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주변에서 이름이 아닌 자를 이용해 칭하는 것을 들으면서 성인으로써의 도리를 알고 책임 의식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봐요.”

 

최 사무총장에 따르면 자 보편화 운동은 최근에 시작한 운동이 아니다. 한국전통문화계승선양회가 시민연합이던 시절 진행했으나 재정상 어려움에 맞닥뜨리며 안타깝게도 잠시 중단됐다. 최 사무총장은 성공적인 전통혼례 사업을 통해 단체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 중단했던 자 보편화 운동을 재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