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서만 30년 이상 몸담아 ‘롯데맨’으로 통하는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중앙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여성패션MD, 잡화여성부문장을 맡았다. 2007년 잠실점장에 오른 뒤 본점장, 영남 지역 9개의 점포를 총괄하는 영남지역장 등을 거쳤다. 이후 롯데백화점 차이나사업부문장을 맡으며 롯데백화점의 중국 사업을 이끌다 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뒤 롯데그룹 유통BU장(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강희태 부회장은 온라인 유통의 활성화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이 침체된 악조건에서도 롯데백화점을 양호하게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그룹의 유통사업부문 전체를 지휘하게 됐다. 그는 부회장에 취임한 뒤 오프라인 시장 강화를 위해 롯데백화점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 추진, 롯데백화점 각 지점에 맞춘 상권 맞춤형 마케팅 등을 시도했다.

아울러 강 부회장은 지난해 백화점을 중심으로 기획, 전략, 재무, 인사 등 본부의 업무를 하나로 통합한 헤드쿼터 조직 ‘롯데쇼핑HQ’를 신설했다. 그가 신설한 이곳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e커머스 등의 계열사 지원 업무를 모두 총괄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공헌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하이마트 등을 앞세워 오프라인 유통시장서 어느 정도 힘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온라인 시장에서는 쿠팡, 11번가, G마켓, 옥션 등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유통사업의 실적 반등을 위해 무엇보다도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3조원을 투자해 롯데그룹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ON(온)’을 지난해 4월 선보였다. 롯데온은 당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롯데그룹의 야심작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 롯데온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달 28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롯데온의 혁신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온 부진과 관련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얻어 송구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온의 실패, 실적 부진 등에도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에 그가 롯데그룹 핵심실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최근 강희태 부회장은 오픈마켓 G마켓, 옥션, G9 등을 거느리며 몸값만 5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달 23일 강 부회장은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회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 검토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강희태 부사장의 언급은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첫 공식 입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강 부회장은 “2021년을 재도약의 한 해로 삼아 거듭나겠다”며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서 선제적으로 대응, 업계 1위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희태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신뢰에 보답해 올해에는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에서 부진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