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이 쌍용자동차의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회생 개시 결정 등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법정관리 조기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거쳐 몸집을 줄일 경우 인수 의향이 있는 국내 업체도 여러 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기업 회생 절차 돌입 시 조기졸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구두로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기업 회생 절차 땐 회생 계획안 제출에만 4개월 이상이 걸리고 회생 종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이르면 이달 8일, 늦어도 다음주 중으로 쌍용차에 대한 기업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의견 조회에서 법정관리 개시 결정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쌍용차의 회생 절차가 상당 부분 지연된 만큼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법원은 통상 기업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기업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이스타항공의 사례처럼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인수 후보자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채권 신고와 조사, 회생 계획안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쌍용차가 회생채권의 탕감 비율 등을 포함한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채권단에 묻게 된다. 이때 채권단이 동의해야 법원이 이를 토대로 회생 계획안을 인가할 수 있다. 만약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원이 조율에 나서고 이마저 실패하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다만 기업 회생 절차와 관계없이 변제받을 수 있는 공익채권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채권단도 쌍용차가 파산 수순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쌍용차 파산 시 쌍용차 임직원은 물론이고 100~200명 규모의 부품 협력업체 15여개사와 식자재 등 일반 구매 업체 300여개사 등의 줄파산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직접적인 실업자만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2만명이 넘는 실직자를 양산하도록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법정관리 후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이 있거나 인수 의향을 표시한 후보자가 국내 전기버스 업체인 에디슨모터스를 포함해 3~4곳이 되는 것으로 내다 봤다. 이 중에는 쌍용차의 부품 협력업체였던 중견 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AAH오토모티브도 28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0억~3000억원 정도의 현금 투입이 가능한 일부 업체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며 “구조조정 후에 들어오면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협력업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법원의 기업 회생 개시 결정 직후 해체해 채권단을 다시 꾸릴 예정이다.

채권단은 쌍용차 법정관리 개시 이후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을 압박하며 정부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쌍용차 비대위는 이달 2일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쌍용차 경영진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쌍용차 경영진은 법원의 보정명령 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도 비대위 측에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를 100% 확신한다”며 “4월 중으로 성사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예병태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아예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가 직접 인수에 나서는 후보자를 찾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는 “HAAH오토모티브에 휘둘리지 말고 지난해 12월 21일에 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면 차라리 손실이 적었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