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반도체 보유량이 많았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울산1공장에 이어 아산공장까지 휴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노조와 휴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이 결정되면 아산공장은 당장 7일부터 9일까지 멈춰 서게 된다. 이어 12~15일엔 절반만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아산공장 휴업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에는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PCU는 네델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엔비디아 등이 주로 생산한다.

이번 휴업으로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산공장은 쏘나타와 그랜저 등 현대차의 주력 세단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휴업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만 7000대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그랜저는 9217대가 판매됐고 쏘나타는 6233대가 팔렸다. 두 모델의 내수 판매량이 총 1만5450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는 코나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을 7일부터 14일까지 8일 간 휴업키로 결정했다. 울산1공장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인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업계는 울산1공장 휴업으로 코나는 6000대, 아이오닉5는 6500대 가량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울산공장의 휴업은 울산1공장에서 3공장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아반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울산3공장은 이달 10일 특근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르네사스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르네사스는 지난달 공장에서 큰 불이 나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업계는 생산 재개에 최소 1~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울산3공장은 부랴부랴 르네사스 반도체를 대체할 부품을 구해 테스트를 거쳐 이번주 생산 물량을 겨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음주 생산 물량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는 울산3공장 특근 중단이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다. 기아 역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국내 공장의 주말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지시간으로 2일 미국 조지아주 공장도 같은 이유로 공장 가동을 이틀 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부품 공급망을 공유하는 한국지엠도 올해 2월부터 두달 넘게 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마저 덮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급 불안과 전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삼성전자·NXP 반도체 생산 시설 가동 중단, 일본 르네사스 화재, 대만 TSMC 화재까지 발생하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불안이 더욱 심화됐다.

업계는 최소 3분기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실제로 알릭스파트너스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은 최대 100만대, 피해액은 최대 6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따른 생산 차질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전 공장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