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력 추진 중인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신속진단키트 도입이 대한민국 사회의 화두로 급부상한 가운데 이미 국내 기업 제품이 해외 선진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성 우려와 방역혼선 등을 이유로 신속진단키트 허가를 사실상 불허한 정부 주장의 신빙성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 역시 개인이 자체적으로 코로나를 검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일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순 있겠지만 종국에는 영국 등 해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집단 항체 형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금으로선 신속진단키트 도입이 코로나 종식의 최선의 방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산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가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진단키트가 코로나 확산 방지의 1차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집단 항체 형성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할 경우 검사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해 확진자 및 의심 환자를 쉽게 선별할 수 있다. 또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로감이 누적된 의료진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속진단키트 수출액은 총 3억1000만 달러(약 3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3000만 달러)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진단키트 월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누계 수출액은 22억 달러(2조4000억원)로 전년(2억5000만 달러) 대비 약 760% 가량 증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젠,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 피씨엘, 수젠텍 등이 진단키트를 제조·수출하고 있다. 이 중 신속진단키트 제품으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SD바이오센서다. SD바이오센서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코로나19 확진여부를 진단하는 신속 항원 진단키트 브랜드 ‘STANDARD Q COVID-19 Ag’에 대해 세계 최초로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이 진단키트는 극소량의 검체를 이용해 15~30분 이내에 육안으로 질병의 유무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지난해 11월 이 진단키트를 정식 허가한 바 있다. 다만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해야 하며 PCR 결과와 임상증상 등을 고려해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보조적 도구로 허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최초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는 사용이 금지돼 있는 것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외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한 분자진단 브랜드 STANDARD M nCoV Real-Time Detection kit 등을 미국 등 6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두 제품의 세계적 인기를 바탕으로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 실적이 특히 두드러졌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약 1조6862억원, 영업이익 약 7382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2211%, 4만8479.5%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신속 항원 진단키트 브랜드의 매출은 1조4120억원(전체 매출의 83.74%)를 기록했는데 이 중 수출로만 약 1조3915억원을 벌었다. 국내 판매는 약 205억원에 그쳤다. 분자진단 브랜드는 약 1035억원(전체 매출의 6.14%) 매출을 기록했고 그 중 약 826억원은 수출로, 약 209억원은 내수판매로 각각 벌어들였다.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SD바이오센서를 비롯한 국내 업체의 신속진단키트 제품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도 신속진단키트 도입 여부가 이슈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촉구 중인 가운데 방영당국은 정확성과 방역혼란 등을 내세워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피력한 상태다.

 

오 시장은 13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진단키트를 즉시 활용한다면 방역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학생들의 대면 수업 정상화를 향한 보다 나은 여건 마련은 물론 학부모님들의 걱정 또한 한층 더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12일에는 서울형 거리두기를 발표하며 자가진단키트 시범사업을 통해 영업장 등에 입장 전 코로나19 검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사용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결과 확인이 가능한 간이진단키트를 식약처에서 빠른 시일 내에 사용허가 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속진단키트 도입에 대해 윤태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방역총괄반장은 “자가진단보다는 자가검사키트다. 진단용이 아니고 검사를 해서 양성이 나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 것으로 활용하는 것인데 아직까진 허가된 키트는 없다”고 밝혔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도 “확진의 기준으로 삼는 확정 검사용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보조적 검사로서 감염 후보를 빠르게 선별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현재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두고 오 시장과 방역당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속진단키트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사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신속진단키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정부·여당이 오 시장의 주장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은 신속진단키트 개발 기업 등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방역 우수국가로 평가받자 생산현장을 방문해 “확진자 한 명을 빠르게 찾아내는 일은 확진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며 방역의 시작이다”며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할 부분이 많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글로벌 공조에서도 새로운 모범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기존 방역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정부, 전문가와 협의를 부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촉구하는 오 시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방식이 바뀌었다고 지적하며 개인도 검사의 주체가 돼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 방식이 바뀌었고 바뀐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정부의 검사 방식과 대응이 달라져야 한다”며 “지역사회 내 사회단체·공공기관·다중이용시설 특히 직장 등의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전수조사해 결과를 내는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을 넘어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해서 개인에서부터 사회까지 자체적으로 검사하고 결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신속진단키트 도입을 허용해야 더 큰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