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탈환이냐.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놓고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빼앗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는 다시 1위 자리를 찾아오겠다며 디지털 전환 총력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주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에서 ‘아모레파티’라는 이름으로 대표 브랜드 할인 행사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은 네이버와 18일까지 슈퍼 뷰티플 위크 기획전을 열고 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13개 대표 브랜드를 디지털로 판매한다.  

열쇠는 지난해 순위 변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시장 성과에 달려있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의 80%, LG생활건강 해외 매출의 50%가 중국시장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중국 소비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중요성이 더 커졌다. 실제로 2021년 1~2월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2020년에 중국 매장을 200여개 줄인 아모레는 다양한 플랫폼에 바탕을 둔 현지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화장품 매출이 21% 증가한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럭셔리 판매 품목을 확대한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제3의 호황기를 맞을 수 있을지는 중국 현지에서의 성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화장품 마케팅 전문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최근 들어 터진 종이병 사태가 아모레퍼시픽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플라스틱 겉 종이 표지에 안녕 나는 종이 용기야(HELLO I'M PAPER BOTTLE)라고 대문짝만하게 글귀를 써놓았는데 막상 종이를 갈라보니 플라스틱 용기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소비자는 기만 마케팅 아니냐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매운동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단체도 사기피해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12일 그린워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기피해 방지의 달 국제 캠페인’을 3주 동안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2015년 친환경위장제품을 관리 감독하는 친환경위장제품관리협의체를 발족했다.

   

화장품 사업은 이미지 경쟁이다. 아무리 전통이 오래되고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제품 가격도 한번 떨어뜨리면 회복되기 어렵다. 그래서 고급 명품 화장품 브랜드는 가격을 올리면 올렸지 절대로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이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인가 LG생활건강이 격차를 더욱 벌여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질 것인가 올 한해 관심을 끄는 국내 화장품업계의 최대 이슈다.

  

[이재훈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