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재보선) 압승으로 대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부산을 탈환한 국민의힘 내부에선 내년 대선을 지휘할 새 지도부 선출 작업이 한창이다. 당권주자들 간에 이합집산이 벌어지는 가운데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1강 체제 혹은 새로운 인물의 역전승 등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번 당권 경쟁의 결과를 판가름하는 핵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성과’에 달려있다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국민의힘의 최종 목표인 정권교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권 유력주자로 발돋움 한 윤 총장의 영입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5선 중진이자 윤 전 총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으로 이번 재보선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의 전당대회(전대) 불출마 소식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앞서 그는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 중인 전·현직 의원 모임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를 이끄는 김무성 전 의원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주 권한대행, 정 의원 등은 근래 단일화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정 의원 사퇴의사를 밝히자 ‘국민의힘 전대가 사실상 주호영 1강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 권한대행은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문재인정부 폭정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호평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의총)를 열고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결의한 바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종료 후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활약하며 최근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현재 주 권한대행은 윤 전 총장 영입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15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낮게 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에 대해 “내일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상황이 복잡해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당이 열린 플랫폼이 돼 야권단일화를 해서 대선을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서 합당도 추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가 당을 만들어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야권 분열이기에 윤 전 총장이 잘 검토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주 권한대행이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에는 제1야당의 조직력과 자금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9일 “(대선에 출마하면) 일주일에 1000만원 가까이 든다. 그런 것을 잘 안다면 윤 전 총장이 끝까지 제3지대에 남아서 가는 상황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거비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구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하는데 내년 대선은 대략 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는 정치자금법상 최대 10％에 불과하다. 이 외에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비공식 자금’까지 합하면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헌정사상 자금 걱정 없이 대선에 뛰어든 인물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고 정 명예회장은 자력으로 신당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1992년 총선에서 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 등 총 31개의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같은 해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16.3％로 3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선보인 바 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제3지대 소속으로 출마 의지를 밝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얼마 안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캠프 사무실을 사비로 얻고 운전기사, 비서, 교통비까지 모두 내 돈으로 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 의하면 윤 전 총장 부부 재산은 예금만 53억4547만원이지만 대선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각종 실정으로 황혼을 자초한 민주당과 달리 정권심판론 바람을 탄 국민의힘 조직력 역시 주 권한대행이 윤 총장 영입을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일례로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제1야당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또 안 대표의 단일화 승복 이후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급등하는 등 인물과 제1야당 조직력, 자금력 등의 조화가 보여주는 시너지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만약 주 권한대행이 윤 총장 영입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낼 경우 단숨에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윤 전 총장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주 권한대행은 당의 대선 승리뿐만 아니라 당권 차지를 위해서도 윤 전 총장 손을 잡을 필요가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이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34％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전대 룰은 당원 선거인단 70％, 국민여론조사 30％다.

 

하태경 의원 등 일부는 100％ 국민여론조사로의 개정을 요구 중이지만 이 경우에도 윤 전 총장 영입의 중요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총 지지율 25％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4％)를 앞지르고 선두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주자로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는 5선의 조경태 의원과 3선의 윤영석 의원, 충청권에서는 4선의 홍문표 의원,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