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모습도 변화해 간다. 특히 21세기 대한민국처럼 짧은 시간에 수많은 변화가 발생하는 사회에서는 세대들의 모습도 급속도로 바뀌어 가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MZ세대가 사회의 주류 세대로 부상한 상황이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에 태어난 Z세대의 합성어)는 기성세대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기존의 사회 통념과 다른 모습이여서 간혹 ‘발칙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이들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고집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의 가치관이나 사상이 옳던 옳지 않던 간에 사회의 주류 세대로 자리매김한 이상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대안을 찾아가는 식으로 대세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10년 간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회의 모습이 그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식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출판계 등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MZ세대 관련 서적만 20권 이상이다.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던 2000년대 전후를 겪었던 MZ세대가 과거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분석하는 책들이 대거 출판된 결과다.

 

MZ세대의 부모 세대는 1970~80년대 민주화를 겪고 이후 IMF를 극복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삶을 영위해 온 세대다. 그러나 MZ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환경과 핵가족화 시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왔다.

 

그 결과 MZ세대는 공동체보다는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사고를 가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쟁과 노력을 통한 정당한 보상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역량 발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 ‘나’와 연관된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셈이다.

 

특히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예민하면서도 솔직한 표현에 익숙하다. 기성세대는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불의와 어느 정도 타협하며 사회생활을 해온 반면 MZ세대는 불공정, 불합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표출하는 편이다.

 

아울러 MZ세대는 대부분의 상황을 쉽고 빠르게 해결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의 발전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사용에 익숙한 결과로 분석된다. 신문, TV 등 과거의 미디어보다 포털사이트,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인과의 소통도 SNS 등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느낀다.

 

MZ세대는 SNS에 익숙한 만큼 그 안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NS를 통해 유통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가 하면 특정 기업 혹은 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SNS를 통해 불합리한 정치적 이슈, 사회생활의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며 여론을 선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MZ세대는 201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정치권에까지 닿아 있는 상태다. 앞서 MZ세대는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당선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76.1%)은 전체 투표율(77.2%)에 육박했다. 30대의 투표율은 74.2%였다. 대선 당일 지상파3사 투표 결과에 따르면 20대 유권자 중 47.6%가 문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유권자 56.9%도 마찬가지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는 정치색·특정정당이 아닌 오로지 자신들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지에 대한 결과였다. MZ세대는 자신들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일례로 문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MZ세대는 현 정부의 불공정·불합리 행태에 강력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3기 신도시 투기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내로남불, 현 정부의무능 및 독주 등에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반응은 4·7재보궐선거 결과에 투영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의 55.3%, 30대의 56.5%가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95% 신뢰수준에 허용오차 ±1.7%포인트, 부산은 95% 신뢰수준에 허용오차 ±2.3%p)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20·30세대는 자신들이 흔히들 ‘집토끼’라 불리는 고정 지지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는 정당이나 인물의 지지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악구에서 만난 이은아(29·여) 씨는 현 정권을 ‘여성에게 최악의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이 씨는 “현 정권은 여성들에게 있어 최악의 정권이다”며 “성범죄 저지른 여당 사람들 때문에 수백억 세금 써서 보궐선거 했으면서도 반성하는 모습 없이 당당하게 나서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동작구에서 만난 김시은(32·여) 씨는 “정치엔 관심 없이 취업준비를 했던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와 공정을 외치길래 믿고 지지했었다”며 “그러나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태를 보면서 추악한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 보궐선거에선 야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화가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조국 부부의 아빠찬스·엄마찬스 사태가 연이어 터질 때 부모님께서 ‘아빠, 엄마가 부족해 너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고 자식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부모님이 나에게 사과하도록 만든 이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취업준비생 이상명(27·남) 씨는 “일해서 돈 벌어본 적도 없이 사회운동이나 했던 사람들이 감성선동으로 구상하는 국가 경제는 무조건 망한다는 것을 이 정권 보고 깨달아 미련 없이 돌아섰다”며 “특정 정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이쪽은 말로만 ‘청년이 나라의 미래’라고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투표했다. 일자리는 국가에서 만드는 게 아닌데 제발 좀 정신 차리라”고 호소했다.

 

이형석(38·남·가명) 씨는 “부동산 투기 잡는다더니 정작 본인들이 투기하는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내로남불 끝판왕인데 이해찬이 갑자기 나와서 ‘윗물은 맑다’는 것을 듣고 저 분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공정의 대명사들이 위에서 똥물을 터뜨린 것임을 정녕 모르는지 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지금 정권은 유난히 솔직하지 못하고 정말 국민을 개·돼지 만도 못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든다”면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특정 사상을 가지고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오로지 사회 비판만 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쥐면 반드시 나라가 뒤집어진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삶을 중심에 두고 불공정·불합리에 대응하는 MZ세대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들이 주도하는 변화의 바람을 통해 기존의 정치, 사회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 정권 입시 특혜 사태에 항의를 하면서 청년들이 촛불을 들었고 현 정부가 탄생한 만큼 ‘공정’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다”며 “그러나 공정과 정의를 천명하며 출현한 정부가 다양한 사건들로 청년들의 믿음과 기대를 배신하니 이들이 굉장한 반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오죽하면 보수를 미워하던 2030세대까지 3기 신도시 투기 사태 이후 보수를 지지하는 형국에 왔겠느냐”며 “전·월세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성난 민심은 앞으로 더욱 심해져 내년 대선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장 큰 문제는 현 정권 출범 초반에 청년을 위한다면서 공정, 정의, 평등이라는 온갖 현란한 수사를 갖다 붙였던 위선자의 모습을 청년들이 작금의 현실에서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정치는 공적 책임인데 이 책임을 등한시하니 청년들에게 기회가 없어지고 희망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권이든 국가 개혁의 주안점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다”며 “다음 정권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청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매력적인 국가적 배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