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진단 기술 및 시약 개발업체 씨젠을 설립한 천종윤 대표는 고진감래형 CEO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나무판자를 재활용하는 일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고등학생 때 결핵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5년간 요양해야만 했다.

건국대학교 졸업 후 미국 테네시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 담당교수의 잘못된 연구과제 제시로 3년을 낭비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을 인정받은 그는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 취업할 수 있었다.

천종윤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생물학 조교수로 지내던 중인 2000년 당시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의 주역으로 불린 삼촌 천경준 현 씨젠 회장의 권유로 그해 9월 씨젠을 설립했다. 천경준 회장은 천종윤 대표가 바이오 벤처기업을 차릴 수 있도록 3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씨젠은 2006년 3월 유전자 검사기관 및 유전자 유관기관으로 등록을 완료하고 4월 유전자 발굴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진피싱(GeneFishing)’ 기술을 개발해 NEP(신제품 인증)을 받았다. 이어 7월에는 DPO기술이 NET(신기술 인증)를 획득했다.

그러나 설립 초기에는 신기술 개발 등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영업손실이 계속되다가 2006년 하반기 분자진단 분야로 전환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7년 18억원의 매출액,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씨젠은 2009년 매출액 131억원, 당기순이익 4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설립 10년 차가 되던 2010년 9월에는 코스닥까지 상장하며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꾸준한 성장으로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 돌파에도 성공했다.

씨젠은 지난 20년간 꾸준한 신제품 개발과 분자진단의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면서 독점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또한 씨젠은 2015년 2월, 대상포진 원인균인 헤르페스 바이러스(HSV) 진단 시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내는 성과를 냈다. 당시 국내 분자진단 제품이 FDA 허가를 받은 일은 최초였다.

천종윤 대표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집단 발병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당시 진행 중이던 작업 대부분을 중단하고 연구소장에게 최우선 순위로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불과 2주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완성한 후 2020년 2월 유럽체외진단시약 인증(CE-IVD)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으나 전파력이 강해진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로 떠오르며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씨젠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개발한 코로나19 변이 진단 키트 2종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고 이달 13일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며 또 한 번 기술력을 입증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변이를 포함한 각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한 번의 검사로 진단하는 ‘Allplex SARS-CoV-2 Master Assay’와 2시간 만에 변이 바이러스의 종류를 구분하는 ‘Allplex SARS-CoV-2 Variants Ⅰ Assay’ 등이다. 해당 변이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지난달 CE-IVD를 받았으며 이번 수출 허가를 기점으로 씨젠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23개국을 시작으로 해외 각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