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한국형 가이드라인 ‘K-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 정립에 나선 가운데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ESG 지표 난립으로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정부의 ESG 지표 정립은 일종의 교통정리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K-ESG 지표 정립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무자, 관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면서 세밀하게 평가 지표를 수립해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21일 ESG 경영에 관심이 많은 주요 기업 등을 대상으로 ‘K-ESG 지표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표 초안을 공개했다.

 

산업부는 공신력 있는 ESG 평가 필요성에 대한 업계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부터 한국생산성본부, 전문가 등과 함께 산업발전법에 근거한 가이드라인 성격의 ESG 지표를 준비·마련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외 600여개의 평가지표가 운용되는 등 평가기관이 난립하고 있어 평가대상인 기업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평가기관마다 세부항목과 내용이 다르다 보니 동일한 기업에 대해 상이한 평가가 발생하고 있다. 지표마다 다른 평가결과가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해외 ESG 지표는 우리나라의 경영환경·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국내기업에 역차별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상황에 적합한 ESG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례로 해외 지표의 경우 인종 다양성에 대해 평가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미국, EU 등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관련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이번 K-ESG 지표 초안은 공신력을 갖춘 국내외 주요 13개 지표를 분석해 도출한 핵심 공통문항을 중심으로 마련됐다”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정보공시·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분야별 문항비중을 균형 있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ESG 지표는 여타 ESG 평가지표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기존 국내외 주요지표와의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우리 업계의 ESG 평가 대응능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ESG 지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및 보완작업을 후 오는 하반기 최종적인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K-ESG 지표 수립 계획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ESG 평가 관련 다양한 지표가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가이드라인 성격의 K-ESG 지표가 마련돼 시장의 혼란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각 기업들이 지표 난립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기업들의 ESG 대응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엔 ESG 평가가 기업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ESG 지표가 난립하는 상황에서는 소규모 기업들이 각 평가항목에 대응하기 어려워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의 ESG 지표 정립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며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통일된 ESG평가 지표가 나온다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각 평가항목에 대응하기 용이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정부의 ESG 지표 확립은 교통정리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며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평가기준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차라리 정부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산업부가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며 ESG지표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부의 ESG 지표는 어디까지나 모범규준으로써의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ESG 지표를 정립하고 강압적인 시행에 나설 경우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허희영 교수는 “ESG 평가는 기업가치 및 투자자들의 투자판단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며 “산업별로 상황이 다르고 각 기업이 처한 환경도 다른 만큼 각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교수도 “관련 업계와 적극 소통하면서 정밀하고 세밀한 지표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표를 정립하는 건 곤란하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정립한 지표는 모범규준으로써의 역할 수행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며 “각 기업들이 정부 기준에 맞추도록 요구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내용과 관련해 황수성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본 지표는 기존 평가지표에 더해지는 또 하나의 새로운 평가지표가 아니라 기업과 여러 ESG 평가기관 등에게 가이던스 성격으로 제공되는 표준형 지표다”며 “해당 지표가 국내외 여러 사용처에 활용돼 기업이 ESG 평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ESG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관련 업계와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