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취임 이후 막말과 돌출발언으로 툭하면 구설에 오르내리던 김 회장이 굵직한 독립운동가 후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백범 김구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장준하 한국광복군 대위, 홍커우공원 폭탄 투척 윤봉길 의사 등 쟁쟁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김 회장의 품위 없는 언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백범 장손인 김진 광복회 대의원은 그제 입장문에서 “지난 2년간 광복회가 궤도를 이탈,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도 침묵했다. 광복회원들과 단체들은 김 회장의 자질 부족과 정치중립 위반 등으로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장준하 장남 장호권 전 광복회 서울시지부장도 김원웅 회장의 ‘다음 대통령은 태극기 부대로부터 빨갱이 소리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 “공법단체인 광복회 조직 자체가 정치성을 띠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광복회가 회장의 사적 용도로 이용되고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김 회장의 돌출 발언과 편파적 행동에 대해 독립유공자 후손은 물론 우리 국민은 참고 또 참았다”면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명예를 누가 실추시켰는지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고귀한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을 선도하는 것’이 광복회의 역할이라며 “독립운동에는 좌우가 없었다. 누구든 정치적 구호로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독립운동 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에 앞서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인사가 있다. 1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붕준 임시의정원 의장의 손자 김임용 씨가 김 회장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사건이 있었다. 김붕준 의장뿐 아니라 아내, 아들, 큰딸과 작은딸, 큰사위, 작은사위 등 일가족 7명이 모두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가문인 김씨는 “김 회장이 사익을 위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광복회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것에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엔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에 대해 “사형감”이라 막말을 퍼붓고, “민족 반역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 나라가 대한민국 한 나라밖에 없다. 가족들에게 이장할지 선택하게 하고 이장하지 않으면 묘지 앞에 친일행적비를 세우자고 주장했다. 이승만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도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며 국가(國歌)를 바꿔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도 폈다.

 

뿐만 아니라 최재형기념사업회의 동의도 받지 않고 ‘최재형 상(賞)’을 만들어 김상현·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역시 민주당 의원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친여 정치인들에게 잇따라 수여해 반발을 샀다. 김 회장은 이밖에도 취임 후 신채호 상, 이육사 상 등 무려 7개의 상을 만들어 85명에게 수여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관계자가 26명에 이른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광복회가 23일 ‘멱살열사’로 호칭되는 김임용씨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하자, ‘광복회개혁모임’과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는 이날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회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김 회장이 광복회를 사유물로 착각하고, 정관 위반은 물론 인사·예산을 멋대로 집행했다”며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정치인 출신 회장 한 명이 광복회의 명예를 어지럽히고 있다. 더 망신당하기 전에 결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