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마이클 잭슨을 동경하며 가수의 꿈을 꿨던 비(본명 정지훈)은 비디오 속 유명 댄서들을 벗 삼아 혼자서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어렸을 적 비의 부모님은 방앗간을 운영하며 크게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가 중학생 때 IMF 외환위기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으며 어머니가 당뇨를 앓기 시작하면서 더욱 상황은 악화됐다.

이러한 여건에도 비는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가수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러다 박진영을 만나 JYP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됐다. 이후 어머니가 박진영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다”며 곧바로 퇴원한 뒤 아픈 몸으로 노점상을 하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끝내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다 집에 화재가 발생해 어머니의 유품과 사진이 모두 불타버리고 말았다.

비는 불에 탄 어머니의 침대 밑에서 상자를 발견했고, 그 안에는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진통제값을 아껴가며 모은 돈이 들어있는 통장과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 한 통이 있었다. 비는 이때 ‘하늘에서 나를 보실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시련이 닥쳐도 이겨내고 싸우겠다’고 맹세했다.

그 후 비는 연습실에 매일 나가 더욱 열심히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박지윤 등 여러 가수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며 무대 감각을 익혔고 2002년 솔로 1집 타이틀곡 ‘나쁜 남자’로 솔로 가수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비는 ‘나쁜 남자’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게 됐고, 후속곡 ‘안녕이란 말 대신’으로 가요프로그램 첫 1위를 했다. 그리고 그해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비는 가수로서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 3집 ‘It’s Raining’을 거쳐 정규 6집까지 발매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으며 일부 곡은 가요대상을 석권, 아시아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잡지 타임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뜻하는 ‘타임 100’에 2006년 아시아 연예인 최초로 선정됐고 2011년에도 ‘타임 100’에 뽑혔다.

비는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오렌지’(2002), ‘상두야 학교 가자’(2003)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드라마 ‘풀하우스’(2004),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도망자 Plan.B’(2010), ‘스케치’(2018) 등과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스피드 레이서’(2008), ‘닌자 어쌔씬’(2009), ‘알투비: 리턴투베이스’(2012), ‘자전차왕 엄복동’(2019) 등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 ‘풀하우스’는 최고 시청률 40%를 기록했으며, 영화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씬’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얻었다. 2017년에는 톱 배우 김태희와 결혼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부부가 됐다.

그가 2017년에 발표한 곡 ‘깡’이 가사와 춤 모두 촌스럽다고 혹평을 받았지만 2년 반 만에 한 여고생의 커버 댄스 영상이 큰 화제를 일으켰고, 묘한 중독성이 있어 ‘1일 1깡’(하루에 한 번 깡 듣기)이 유행하며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힘입어 비는 2020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이른바 ‘깡부심’(깡+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이효리, 유재석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를 결성하기도 했다.

한편 비는 3월 미니앨범 ‘PIECES by RAIN’을 발매하고 현재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