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상속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판도도 크게 요동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삼성 오너일가가 국내 주식부자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한 점이다. 이제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4명의 주식가치는 지난달 말 기준 4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내용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60개 그룹 주요 총수일가 90명 주식평가액 현황 조사’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대상 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5월 기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 집단(그룹) 71곳 중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60곳이다.

 

주식평가액 대상은 총수를 비롯해 주요 오너가 90명이다. 주식평가액은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우선주 제외) 주식에 지난달 30일 종가를 곱해 계산했다. 총수 일가가 비상장사 지분 등을 통해 2차로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개 그룹 90명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98조33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이중 42조원(42.8%) 정도가 삼성가(家) 몫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10위 기업인 셀트리온(약 36조6200억원)보다 높으며 8위 현대차(약 45조2900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국내 주식부자 ‘왕좌’ 자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이 부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올해 초 9조5747억원. 3월 말 8조9200억원 등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상속 절차가 완료되면서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4월 말 기준 15조6167억원으로 급등했다. 15조원이 넘는 주식재산 중 절반은 삼성전자 주식가치에서 나왔다.

 

이 부회장은 3월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4202만15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4월 말에는 5539만주가 넘는 주식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물려받아 총 9741만4196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통주 주식가치는 4월 말 기준 7조9300억원을 넘었다. 이어 삼성물산 4조6000억원, 삼성생명 1조7000억원, 삼성SDS 1조3000억원 등의 주식가치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의 뒤를 이은 주식부자 2위는 홍라희 여사였다. 이 회장의 부인이자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 여사의 지난달 말 주식가치는 11조4319억원으로 주식부자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3월 말 기준 홍 여사의 주식가치는 4조4000억원 수준이었다.

 

홍 여사 역시 삼성전자 지분이 대폭 많아진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홍 여사는 지난달 30일 이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5415만36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에는 1억3724만4666주로 개인 중에선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됐다.

 

주식부자 3위와 4위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두 자매가 순서대로 차지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두 자매의 주식가치는 1조8000억원 정도로 같았다. 그러다 지난달 말에는 이부진 사장 7조7800억원 규모로 3위, 이서현 이사장은 7조2100억원 규모로 4위에 올랐다.

 

두 자매의 주식가치가 급등한 배경에도 삼성전자가 있다. 올 1분까지만 해도 두 자매는 삼성전자 주식이 한 주도 없었는데 이번에 상속을 통해 5539만4044주를 넘겨받았다. 이 주식가치만 해도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두 자매의 주식재산 규모에 차이가 벌어진 건 삼성생명 지분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383만9726주(6.92%)를 넘겨받은 반면 이서현 이사장은 691만9863주(3.46%)를 상속 받았다.

 

삼성가에 이어 주식부자 5~10위권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약 6조7106억원),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약 5조6000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약 4조9600억원), 정의선 현대차 회장(약 3조7300억원), 최태원 SK 회장(약 3조5800억원), 구광모 LG 회장(약 3조 4800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현대차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의 주식재산은 9조3000억원 규모로 10조원에 근접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식을 모두 물려받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경우 10조원대 주식가치를 기록할 수 있어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상위권 판도가 다시 한 번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에서 독립한 후 위성 그룹을 만들고 삼성전자 지분 등을 처분한다면 이 경우에도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순위가 뒤바뀔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공정위가 올해 새롭게 지정한 대기업 집단들의 총수 주식평가액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약 4700억원),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약 1600억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약 900억원), 문주현 엠디엠 회장(약 860억원) 등으로 파악됐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과 대방건설 구교운 회장은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주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