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해를 넘겨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차 노사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직장 폐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4일 오전 7시부터 부분적으로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직장 폐쇄는 노조 측의 쟁의 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자가 공장·작업장 등을 폐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29일 임단협 9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이달 3일 노조는 전체 조합원에게 이날 8시간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번 전면 파업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은 만큼 사측은 근로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근로희망서를 작성한 후 공장에 들어와 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공장 생산라인이 부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기업은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7월 6일을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이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금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해 왔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 순환 휴직자 290여명 복직, 다음달부터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사측 제시안에 10개 사업소 운영 유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기본급 동결에 대해서도 2018년 이후 4년 연속 동결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 생산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중단되며 큰 적자를 냈다. 이에 본사인 프랑스 르노는 르노삼성차에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나섰다.

본사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초 르노삼성차는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후 1교대 전환, 순환휴직, 영업소 폐쇄 등을 연이어 실시했다.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악화된 이유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달 6일과 7일 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노사가 전면 파업과 직장 폐쇄에 나서면서 교섭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사측은 일방적으로 발표한 1교대 전환과 순환 휴직 과정에서 노조와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현재는 휴직 중인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제시한 기간보다 일찍 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고 이는 노조가 실시하는 쟁의 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행위를 절대 한 적이 없고 부산공장의 파업 시간은 38시간에 불과하다”며 “사측의 직장 폐쇄는 노조의 쟁의 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 어떤 정당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파업 참여율이 30% 수준이어서 파업을 하더라도 라인이 돌아갈 수 있는데 노조가 이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하지 않는 근로자들에게 동참을 강요하고 게릴라식 기습 파업을 하고 있어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회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XM3의 유럽 수출에 회사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시점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 상황이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부득이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