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N의 경연 프로그램 ‘보이스킹’이 대표적이다. 보이스킹은 방송에서 자막으로 ‘본 방송은 녹화 시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출입자 명부 비치 등 수칙을 준수해 진행했다’며 ‘70명의 청중단은 발열체크,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고 안내를 했다.

 

그러나 최근 보이스킹 스태프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시청자들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킹은 출연자만 90여명이 되고 스태프까지 합하면 100명이 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다 같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MBN 측은 보이스킹에 대해 “스태프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며 “현재 밀접 접촉자를 비롯해 2·3차 접촉자까지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밝혔다. 먼저 검사받은 다른 스태프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제작일정은 향후 검사 결과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비단 보이스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방송계는 이찬원을 비롯해 박세리, 청하, 권혁수, 신성록, 골든차일드 봉재현, 업텐션 비토·고결·샤오 등 많은 연예인과 관련 스태프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거나 현재 자가격리 중인 상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방송 제작’은 공무 및 기업의 필수 경영활동에 필요한 경우로 분류돼 ‘사적 모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 2단계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의 경우 ‘방송 촬영할 때에 한해 벗을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가가 이에 대한 수칙을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방송가에 방역 수칙을 제시하고 이를 지켜 달라고 ‘요청’만 했다. 다시 말해 제시된 방역 수칙을 어기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봐도 출연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촬영에 임한다. 그렇기에 수 많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는 5인 이상의 출연진들이 좁은 스튜디오 혹은 실내에 모여 있게 돼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자연스레 노출된다.

 

예능 프로그램이 국민에게 주는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4차 확산 기로에 선 만큼 정부와 방송계의 안일한 대응은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 다수 국민의 정서에 반감을 부를 수도 있다. 

 

많은 스타들이 코로나19 감염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이들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방송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방역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