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76년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부친인 박경복 전 하이트진로 회장의 뒤를 이어 1991년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조선맥주는 1위였던 동양맥주(현 OB맥주)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는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원인을 브랜드의 차이라고 판단한 박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선맥주에 마케팅부서를 만들었다. 그는 약 1년간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개발에 몰두, 1993년 맥주 ‘하이트’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를 출시한 이후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동양맥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 브랜드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 회사 이름을 ‘하이트맥주’로 바꿨고 2005년 8월 소주 회사인 진로를 인수해 사명을 바꾸는 과정에서도 ‘하이트’라는 이름을 포함해 ‘하이트진로’로 정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3월과 4월 각각 출시한 ‘테라’ ‘진로이즈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소주·맥주 시장 동시 석권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진로이즈백’은 복고 열풍을 활용, 소주 업계 최초로 두꺼비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진로’의 초기 디자인과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 이상이 팔렸다. ‘진로이즈백’은 올해 4월, 출시 2년 만에 6억5천만병을 판매하며 소주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 힘입어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합성어인 ‘테진아’라는 단어도 탄생했다.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해 2020년 ‘진로’ 판매량은 2019년 대비 2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정용 제품은 전년 대비 360% 증가하며 전체 판매 성장을 견인했다. 유흥용 역시 143%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하이트진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확대했다. 서울 성수동에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숍 ‘두껍상회’를 오픈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으며 이후 지역을 확대해 부산, 대구, 전주, 광주 등에서 운영 중이다.

지금의 하이트진로를 있게 한 박문덕 회장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박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각각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박태영 사장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이자 사기업 격인 기업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아울러 공정위는 맥주용 캔, 알루미늄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 중간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통행세를 매기는 방법 등으로 서영이앤티에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도 파악했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 명령 취소소송을 냈다. 법원은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지만 시정명령 및 과징금 15억7000만원을 취소해달라고 낸 청구는 모두 기각하며 공정위의 제재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매출에서 53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0.22% 상승,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61억 원) 대비 5.7% 줄어든 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주류시장 침체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소폭 증가하는 준수한 실적을 나타냈다”며 “‘홈술’ 등 늘어나는 가정용 주류시장 공략 및 해외수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