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예상되는 하이브리드 전쟁

핵·비대칭전·재래전을 융합하는 전쟁양상에 대비해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10 09:14:16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해결하거나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여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한반도 적화통일과 단일민족국가 형성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특정시점에 따라서는 다양한 행동목표로 전개되어왔다. 북한 국가가 한반도라는 단일한 경쟁의 장에서 남한 국가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여 한반도 전체에서 독점적 권위를 이룩하려는 대남전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군사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군사선진국들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전쟁을 구현하기 위해 군사혁신에 노력을 집중하는 동안, 약소국들과 국제테러집단, 반군세력, 무장종교단체 등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비대칭적인 다른 형태의 전쟁을 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쟁의 영역은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수행되지만 현대전쟁에서는 전통적 영역과 비전통적 영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4세대 전쟁 개념은 분란전(Insurgency), 테러, 비정규전, 사이버전 등을 수행하는 비국가 행위자들의 무력사용을 중요한 전쟁양상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 개념은 국가 또는 정치집단이 재래식 전쟁수행능력, 비정규전 전술과 조직, 무차별적인 강압을 동반하는 테러행위, 그리고 범죄행위 등의 다양한 전쟁방식을 사용하여 수행하는 전쟁이다.

전통적 안보영역에서 현대전쟁의 핵심수단은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무기체계로 C4ISR(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정찰)과 PGM(정밀유도폭탄)의 융합과 무인체계의 활용이 증대될 것이다. 비전통적 수단으로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언론매체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NGO 단체들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며, 범죄조직과 고정간첩, 이들에 의한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하이테크 무기와 획득이 쉬운 조잡한 재래식 무기도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현대전쟁은 민간의 전쟁참여가 확대되고, 유인·무인전, 로봇전, 위성·우주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며, 새로운 전쟁영역에서의 전쟁양상은 적의 지도체계 및 중심 타격 마비, 그리고 이에 추가하여 국민의지에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론전, 정치심리전, 사이버전, 테러전 양상을 띨 것이다. 아울러 21세기 전쟁은 전략적·작전적·전술적 전쟁수준의 상호 중첩성이 증대되어 전쟁수준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전술적 수단으로 전략적·작전적 목표를 직접 타격하여 마비효과를 창출하는 등 수준을 넘나드는 전쟁의 형태가 될 것이다.

북한의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군사전략은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공세주의의 본질적 성향을 잃지 않고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정권 수립 이후 현재까지 북한의 공세적 군사전략은 상황에 따라 그 형태를 조금씩 바꾸면서 ‘대담한 전격전’, ‘계산된 제한전’, ‘유연한 핵 배합전’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어 왔다.

북한의 전통적 군사전략은 대담한 전격전을 통해 한반도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조국해방전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것은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 하에 살고 있는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킨다는 혁명전쟁의 논리로서, 6·25 전쟁 모델을 기반으로 한 군사전략이자 현재 군사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전략이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대담한 전격전 전략을 계승하면서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평시에는 국지도발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확보하는 강압전략을, 전시에는 일부 지역점령을 통해 신속한 종전을 달성하는 비대칭 제한전 등 계산된 제한전을 보조전략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은 주체전법의 전통을 계승하되, 핵전략을 추가하는 ‘핵 융합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통적 배합전 방식에 추가하여 핵·비대칭전·재래전의 융합방식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다. 소형화된 핵 능력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된 북한은 기존의 대담한 전격전과 계산된 제한전 방식을 조건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변용할 수 있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 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융합하는 군사전략을 고찰해 볼 때, 북한은 핵 전력을 이용하여 미국 등이 한반도 유사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억제할 것인 바, 우선 단거리 운반수단을 이용하여 핵 전력을 휴전선 이남 지역에 투사할 가능성을 과시하며 전시 한·미 연합군의 운용과 미국의 증원전력 전개 및 투입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억제, 격퇴하는 것이 핵전략의 1차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반도 적화통일이라는 총체전략을 고려할 때 핵사용을 방어적 성격에만 국한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개전 초중반부터 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상시적 대남 무력도발과 비정규전 수행 능력, 핵무기 사용 가능성 등은 북한이 하이브리드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는 북한이 하이브리드전 수단의 선택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전은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적 취약점을 공략하고 예측 불허의 비대칭 접근을 구사하며 모든 전투요소를 융합하여 동일한 공간에서 활용하는데, 다음과 같은 전쟁양상이 예상된다.

북한은 평시 체제유지를 위한 선전선동, 정치심리전과 사이버 공격 등을 통하여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후방을 교란하면서 우리의 대응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북한은 각종 도발로 인해 남한에 극도의 혼란을 야기시켜 적화통일의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판단되면 제한된 국지전을 감행할 것이다. 북한은 핵을 앞세우고 비대칭 전력을 이용하여 국지적인 분쟁을 일으킨 다음 상황의 추이를 보고 확전 가능성을 판단하는 변칙적이고 유연한 방식의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짧은 작전적 종심을 고려할 때 대담한 전격전을 통한 단기결전전략은 북한이 언제라도 채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북한은 대남공격의 호기가 도래하면 서북도서, 또는 수도권을 기습 강점하고, 향후 한반도 전면 석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궁핍해진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에 대해 핵 위협을 가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용할 것을 강압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여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전쟁전략으로 제한전쟁을 추구할 경우, 도발의 위협수준은 상황이 고조됨에 따라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 등으로 높아져 복합상황이 될 것이고, 도발양상은 비대칭전과 재래식 공격이 혼합된 통합공격의 형태를 띨 것이다. 만약 북한이 서북도서, 혹은 수도권 특정지역을 탈취하게 되면 대량살상무기 사용 위협 및 주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협상을 요구하여 신속한 종전을 달성하는 계산된 제한전을 전개하거나, 핵을 공세적으로 운용하며 대담한 전격전과 배합전을 수행하여 한반도를 석권하려 할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통합적인 대비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