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 입사한 지 36년 만에 총수 자리에 오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고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의 삼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구본준 회장은 197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최대 통신 반도체 기업인 AT&T 테크놀로지에서 3년여간 근무했다. 이후 1985년부터 LG전자의 전신인 금성반도체에서 부장으로 시작해 LG전자 상무, LG화학 전무, LG반도체 전무,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 LG 필립스LCD 대표이사 등 요직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2011년에는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승진을 거듭했다. 2016년 말부터는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LG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2018년 6월, LG그룹의 장자 승계 및 형제 분리경영 전통에 따라 그의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고 그는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구 회장은 그간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핵심 사업에서 성과를 내왔다.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았을 때는 LG를 디스플레이 1위 자리에 올려놓으며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당시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LCD TV 수요가 늘자 합작 파트너인 필립스의 반대에도 10년간 25조원을 투자하는 LCD 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공장 설립비용 등으로 인해 초기에는 적자를 냈지만 이후 1조3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거두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2016년 신성장추진단장을 맡았을 때는 전장부품(VC) 등 신사업 육성에 힘을 쏟아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 앞장서며 힘을 보탰다.

이처럼 그는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능력을 선보였고 그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LG그룹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실적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밀어붙이는 등 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그동안 부임하는 곳마다 ‘1등 DNA’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구본준 회장의 이러한 경영 전략은 LX홀딩스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는 구본준 전 LG그룹 고문을 중심으로 LG에서 계열 분리해 지난달 1일 신설 지주사로 공식 출범했다. LX의 ‘L’은 연결(Link)을, ‘X’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 지속 가능한 미래(Next)를 의미한다. LX는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판토스 등 5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자산규모는 약 8조원 안팎, 재계 순위 50위권 정도로 추정된다.

LX홀딩스는 온라인 쇼핑·의료·관광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종합 그룹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룹을 이끌 핵심 자회사인 LG상사는 최근 헬스케어, 관광·숙박, 통신판매·전자상거래, 친환경 등 다수의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룹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LX홀딩스 출범사에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 안에 있는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내리자”고 강조했다. 이어 “치열하게 고민하고 끈질기게 실행하고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자”며 “LX의 핵심가치 ‘연결’ ‘미래’ ‘사람’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연결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구본준 회장이 LX홀딩스에도 1등 DNA를 심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