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은 화학합성물… 아무렇게 버리면 안 된다

화장품포장재 90% 재활용 불가능 근본 대책 마련해야

이재훈 기자(j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14 01:38:37

▲화장품은 엄연히 화학합성물이다. 따라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는 것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화장품을 살 때 버리는 방법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성분이 들어있거나 어떤 효과가 있다는 얘기는 큼직하게 써 붙여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업은 거의 없다. 스킨, 로션, 크림, 에센스, 파운데이션, 립스틱, 아이브로우, 마스카라… 종류도 크기도 재질도 다양한 화장품. 다 쓴 용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화장품도 화학제품이라는 것이다. 인체에 유․무해 성분이 뒤섞여 있다. 따라서 성분을 잘 관리해야 한다. 화장품 버리기의 기본은 ‘내용물 비우기’다. 일부 화장품 성분은 하수도로 흘러 들어갔을 때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화장품 내용물을 최대한 휴지나 신문지에 흡수시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문제는 화장품 용기 입구가 좁다는 데 있다. 용기 입구가 좁은데다 내용물까지 끈적끈적해 이 작업부터 쉽지 않다. 색조 화장품은 클렌징 제품을 이용해도 잔여물이 남기 일쑤고 용기 구조가 복잡해 분리되지 않는 디자인도 많다. 이에 따라 작은 화장품 용기를 들고 씨름하다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대충 버리게 된다.

소비자가 ‘어차피 재활용 안 될 텐데’라는 생각으로 분리 배출 하지 않으면 기업은 변화의 필요성을 더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역회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주병이나 맥주병처럼 보증금을 걸어서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에는 화장품을 필요한 만큼만 덜어가는 ‘리필’ 상점을 운영하거나 생분해성 플라스틱·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용기를 만드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소비자의 역할은 지금처럼 꼼꼼하게 분리 배출하고 제품 구입단계부터 재활용에 힘쓰는 기업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시장 규모는 세계 8위로 연 평균 11% 이상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도 화장품 용기의 90%가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는 화장품 산업 성장을 마냥 기뻐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노 의원은 지난 9일 오후 3시 여의도 이룸센터 비전홀에서 열린 ‘화장품 포장재 재활용 대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화장품 용기 회수와 책임을 위해 환경부와 업계에서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역부족이다”면서 “이로 인해 화장품 용기는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산업에 적합한 별도의 재활용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에 힘쓰는 소비자와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샘플 화장품 생산을 제한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역회수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EPR(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손보기보다 기업이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는 재활용 용이성 등급 표시제 등을 예로 들었다.

내년부터는 국내 화장품 가운데 70~90%가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해야 한다. 제품 용기에 표시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재활용할 수 있게 대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소비자는 ‘재활용 달인’이 돼 갈수록 자신의 실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 뒤에는 바로 체념할 것이다. 하루 빨리 정부 정책의 초점이 기업이 아니라 환경과 윤리적 소비를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맞춰져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