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나라의 위왕이 대신들과 길을 가다 어느 산 밑에 도착했다. 위왕은 한참 산봉우리를 바라보다가 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가 나를 저 산봉우리로 올릴 수 있겠느냐? 그런 재주를 가진 자가 있으면 큰 상을 내리겠다.”

 

위왕의 말을 들은 신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위왕은 신하들 사이에 있는 손빈을 지목하며 물었다. 손빈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하를 산 밑에서 산봉우리로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전하가 만약 산봉우리에 계신다면 산 밑으로 내릴 수는 있습니다."

 

위왕은 미심스러웠지만 그 방법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위왕은 손빈이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가자 발걸음을 재촉하여 부지런히 따라 갔다. 

 

드디어 위왕과 신하들이 모두 산봉우리에 이르렀다. 그러자 손빈은 위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미 전하를 산봉우리로 올려놓았습니다.”

 

그제야 위왕은 손빈이 자기를 깨우쳐 주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 것을 깨달았다. 손빈의 이러한 꾀는 의지가 없으면 그 누구도 산봉우리에 오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이유가 있고 명분, 분명한 목적과 뜻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오르기 마련이라는 이치이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가 유례없는 국민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30대 당 대표가 탄생하면서 정치권에는 세대교체의 돌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동안 견고했던 여야 정치권의 유리천장은 손빈과 같은 30대 청년에 의해 깨지고야 말았다.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야당의 고인물이 한 번에 젊은 혈기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 요구는 명백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이 국민의힘이라는 야당의 정치 세대를 갈아버린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에 오래된 염증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를 지금까지 가져온 이 대표 또한 시대정신을 잘 이해하고 발휘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돌이켜 봐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 황제와 같은 고도의 정치경험과 경륜을 가진 정치권이라는 상대를 충격 없이 다루려 한다면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선 버스 정시출발론’을 꺼내들었다. 누구든 특별히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정시출발도 좋지만 마을버스처럼 좀 더 기다리며 화합하는 모습의 정치를 펼친다면 모자란 경험과 경륜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이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