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의 연기 여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권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다른 후보들 간의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경선연기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해도 향후 계파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후보 경선연기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이번 의원총회는 이낙연·정세균계 의원 66명이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 이후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선연기 관련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 주말 동안 9명의 대선주자 모두와 접촉해 경선연기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송 대표는 대선 180일 전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현행 당헌 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 내부에서 경선연기와 관련해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의원총회에서는 이재명계 의원들과 이낙연·정세균계 의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反)이재명 대선주자들은 ‘대통령후보자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 전 180일 전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당헌을 근거로 경선일정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름 휴가 등이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코로나 사태도 그렇고 또 선거라는 건 상대가 있는 게 아니냐.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와 보조를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좀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겠다는 게 저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을 운영하는데 어떤 이견이 있으면 당헌·당규대로 하면 된다”며 “경선 시기를 조절하는 건 당헌 개정사항이 아니다. 그때(재보선) 그 문제(당헌 개정)와 결부시키는 건 적절치 않은 견강부회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민들한테는 백신 문제와 코로나가 언제 끝나냐, 재난지원금 문제나 부동산 문제 같은 게 더 관심이 많지 않겠는가”며 “먼저 민생 문제부터 좀 해결하고 국민의힘이 경선할 때쯤 하는 게 순리이지 않을까 싶다. 이 지사도 통 큰 결단을 하면 좋을 것이다”고 했다.

 

이외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도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 지사 싱크탱크 '성공포럼'의 공동대표인 김병욱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당헌의) 상당한 사유는 상식적으론 선거가 불가능할 정도의 무거운 사안일 때 성립할 수 있다”며 “국회가 대선 경선에 올인 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는 정치불신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때 가짜 약장수가 희귀한 묘기를 부리거나 평소 못 보던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들을 모아둔 다음에 가짜 약을 팔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선연기 갈등이 일단락되더라도 이재명계와 반(反)이재명계 간 계파 알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이 의원은 22일 첫 공동 정책토론회를 연다. 이들은 경선 연기와 더불어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