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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노조 정년연장 반기 든 MZ세대 “귀족노릇 더는 못 봐”
완성차 노조, 국민 연금 수령하는 나이까지 정년 연장 요구…세대 간 갈등 유발
MZ세대 직원·취업준비생 등 “고액 연봉 받으면서 청년일자리 뺏는 행태” 반발
양준규 기자(jgy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7-13 13:15:00
최근 임금 단체협상에 돌입한 완성차업계가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성차업계 노조가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업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가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MZ세대로 분류되는 완성차업계 직원은 임금 인상보단 정년 연장에 치우진 협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인 청년은 가뜩이나 높아진 신규채용 문턱을 노조가 막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완성차 노조 국민연금 연계 정년연장 요구…MZ세대 직원들 반발
현대자동차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12일 열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2차 조정회의에서 현대차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 결과 노사 간 입장 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돌입 여부와 수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울산공장에서 제13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200만원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 만 64세로 연장, 임금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 지급, 미래 신산업 국내공장 투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을 줄여야 할 형편에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에 기아 노조까지 연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에 더해 35시간 근무,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한도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 역시 교섭을 몇 차례 진행한 뒤에도 진전이 없을 경우 쟁의 조정 신청을 고려할 계획이다.
한국GM 노조도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1~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 76.5%를 기록했다. 한국GM 노조는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통상임금의 150% 성과급·코로나19 극복과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에 이어 인천 부평 1, 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완성차 3차 노조는 국민연금 연계 정년연장 입법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노조 지부장들이 3월 국회 앞에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완성차 노조는 “한창 활동할 나이에 퇴직하면 고령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년 연장으로 노동자들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고 기업은 숙련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MZ세대로 분류되는 완성차업계 직원들은 기존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연구직 직원들의 경우 성과급 인상이 우선순위인데 반해 기존 노조는 정년 연장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소속 한 직원은 “기존 노조에 소속된 핵심인력이 대부분 정년을 걱정할 시기다보니 임단협이 성과급 등 임금 인상보단 정년 연장에만 치중해 있다”며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면 노조가 말하는 숙련된 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많아 세대갈등과 대외 이미지 손실, 성과 손실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기존 노조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갈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4월 MZ세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사무직 노조가 출범한 것도 기존 노조가 정년 연장에 치중해 성과급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청년 고용한파 시달리는데…“고액 연봉 받으면서 청년일자리 뺏는 행태”
기아 노조는 생산직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 산학 인턴 채용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취업 준비생들로부터 비판을 사고 있다. 노조의 도 넘은 기득권 챙기기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고용까지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약자를 위해서라는 명분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를 독식하려 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산학 인턴은 입사를 희망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생산라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6개월 단기 계약직이다. 매년 약 300명을 뽑는데 생산직 초임 90% 수준을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다. 우수 인턴으로 선정되면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어 취업 준비생 간 경쟁이 치열하다.
완성차업계의 평균 임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산학 인턴은 정규직 채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평균 연봉은 8800만원이었으며 기아자동차의 평균 연봉은 9100만원이었다.
취업준비생 박신우(24·가명) 씨는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는데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인척 하면서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에 화가 난다”며 “왜 노조가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까지 뺏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한정우(25·가명) 씨는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받아들이면 결국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며 “본인들의 이권다툼에 인턴 채용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완성차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가 청년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웅희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퇴직이 가까운 인원들은 고임금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인원보다도 금액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며 “정년퇴임이 가까운 근로자 한 명의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젊은 층의 일자리 두 개가 사라질 수도 있는 구조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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