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밥그릇 뺏는 정년연장” MZ 공분 이면엔 ‘귀족노조’ 반감

“64세까지 정년 늘려달라” 으름장 놓는 귀족노조
한경연, 정년연장 1명 늘면 청년고용 0.2명 감소
MZ세대 “자신들 배 채우려 청년 밥그릇 뺏는 꼴”

이창현 기자(c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7-21 00:07:32

▲최근 기성세대들과 MZ세대들 사이에서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갈등이 크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연장을 늘려달라는 기성 세대들과는 달리 자칫 청년취업 절벽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MZ세대들의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시위하는 노조 사진. ⓒ스카이데일리

최근 결혼·출산 기피현상 심화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해결책을 찾는 움직임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 기피는 곧장 인구감소로 이어져 결국엔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해결책 마련에 앞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도출된 결과만 놓고 보면 청년취업 문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독립의 첫 단계인 취업이 막히면서 결국 결혼과 출산까지 줄줄이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정년연장’ 추진 움직임이 불거져 나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기성세대와 신규채용이 감소해 청년취업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청년세대 간에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의 문제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조속히 사회적 합의체를 출범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노총 핵심세력 완성차 노조 “국민연금 탈 때까지 정년 보장하라”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의 행보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노조는 임단협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예고했는데 입단협 최대 쟁점사항이 정년연장이었기 때문이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4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평균 연령이 늘어난 상황에서 경제활동이 중단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기존 인력의 퇴직이 늦춰질 경우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해 결국 청년층의 취업절벽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비용증가와 더불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종국엔 국가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피력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조같은 경우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64세까지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사측에서는 기존 인력 퇴직이 늦춰질 경우 비용증가는 몰론 기업 경쟁력까지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종국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정년연장은 시대적 요구다”며 “나이 예순이면 한창 활동할 시기인데 은퇴해야 하는 현실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복지가 미약한 대한민국에서 노후는 곧 절망이며 빠른 고령화 진입으로 퇴직 이후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문제다”며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년연장은 노사정이 윈-윈-윈 할 수 있는 장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는 안정적인 노후 보장, 기업은 고급 노동력 제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정부는 세수 확보로 국가 재정 안정화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정치권의 잘못된 고용정책으로 파생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핑계 삼아 정년연장 입법화를 외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인구절벽에 따른 노동 인력 부족 사태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외에 다른 완성차 기업에서도 기성세대가 주축인 노조가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한국지엠 등의 노조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회 동의 청원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해서라도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청원의 요지다.

정년연장 혜택 1명 증가 시 청년고용 0.2명 감소…“귀족노조 주도 정년연장 용납 못 해”

완성차 노조의 정년연장 추진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청년세대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급기야 세대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청년들은 정년이 늘어날 경우 신규채용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현대차 사측의 입장에 크게 공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신을 MZ세대라고 밝힌 한 청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정년연장은 청년실업 문제를 심화시키는 반사회적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MZ세대의 미래 임금을 희생해 정년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청년층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신규 인력 확보를 꺼릴 수밖에 없어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자칫 세대 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선 결국 별도의 논의창구 설립과 합리적인 방안도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일자리 엑스포 풍경. ⓒ스카이데일리

마포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박진수(가명·28) 씨는 “정년연장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신규인력 확보를 꺼릴 수 밖에 없다”며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까지 연장될 경우 세대 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정년연장 문제는 기성세대와 MZ세대의 갈등의 도화선이다”며 “정년을 늘릴 경우 기업이 가진 역량만으론 신규채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국 별도의 논의창구가 설립돼야 한다”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면서도 청년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연장이 신규채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6년부터 시행된 60세 정년 의무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년연장 혜택을 받게 될 근로자가 1명 늘어날 경우 청년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신규채용 규모는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 연평균 7만9000명에서 60세 정년 시행 이후 연평균 7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아울러 60세 정년 시행 이전 4년간(2012~2015년) 20대 실업자는 연평균 32만5000명이었으나 2016년부터 4년 간은 39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경연은 “현 시점에서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고용안정, 고임금 등 고용여력이 있고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정규직·有노조’ 중심으로 적용돼 고용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내세우는 주장들이 전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체를 통한 협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미 기득권을 지닌 일부 강성노조 주도로 추진되는 모습은 오히려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그동안 본인들의 기득권과 밥그릇을 챙기기 급급해 이기적 파업을 일삼았던 강성노조가 정년연장까지 주장하고 나서면 청년세대 입장에선 거부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종국엔 세대 갈등 심화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회 전체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성노조의 과격한 일탈행위에 당장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이후 특정 세력이 아닌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정부 관계자,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 등이 모인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