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폭등 유발 反시장 공약 홍수에 커지는 ‘평생 떠돌이’ 공포

집값규제 부작용에 지친 서민들 “부동산 공약 보겠다”
징벌과세, 토지공개념…반시장 수위 더 높인 與 공약들
“집값폭등·시장왜곡 가속화는 기정 사실” 공포감 확산

배태용 기자(ty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7-23 00:07:03

▲ 최근 여론 안팎에선 부동산 시세폭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 레이스가 막을 올린 가운데 여당의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반(反)시장주의적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사진은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대통령선거 후보. ⓒ스카이데일리

“돈 있으면 당장이라도 집 사야죠. 지금 여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보면 앞으로 집값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사실 아닌가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가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억눌러서인데 내년 대선에 도전장을 낸 인사들마저 하나 같이 규제 이야기만 해대니 집값이 안 오를 수가 없죠.”

최근 집값 폭등에 대한 우려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20대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진 가운데 여당 대권 후보들이 일제히 반(反)시장주의적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 악화로 현재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긴 하지만 차기 국회의원 선거까진 현재 여당이 국회를 주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약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권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상승을 부추긴 현 정부의 반시장주의적 규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 입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언급한 공약들을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만약 현재 등장한 공약 내용들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집값폭등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본격적으로 막오른 대선 레이스…민심 운운하며 反시장 쏟아내는 여당 대권주자들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대선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1일 예비경선을 끝내고 본경선 진출자 6명을 선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예비경선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경남도지사가 컷오프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김두관 의원 등 총 6명이 예비후보로 선출됐다.

여당의 대선후보가 윤곽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시선은 자연스레 후보들의 정책 공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여당에 대한 민심 악화의 결정적 원인이 된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모아졌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각종 정책 실패로 집값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불안한 집값을 안정화시킬 능력이 꼽히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수(40대)씨는 “지금 10억 하는 아파트가 불과 4년 전 거래 가격만 봐도 5~6억 대에 머물러 있던 것을 보니 정책 실패로 집값을 폭등시킨 문재인 대통령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주택 실수요자로서 잘못된 정책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선 다른 것보다 후보자의 부동산 공약을 유심히 보고 투표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임대사업자 김재숙(50대) 씨도 “이번 정부 임기 동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실험식으로 정책을 내놨다, 거뒀다 오락가락하는 태도 때문에 우리 같은 임대사업자들은 이리저리 크게 휘둘리며 재산적으로 큰 피해를 봤다”며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다음 대선에선 후보자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으로 어떤 것을 내놓았는지, 당선을 위한 거짓 공약은 아닌 지 살펴보고 표를 던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 대통령 잠룡 후보들은 하나 같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같은 기조를 띄고 있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현재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세금폭탄에 이어 강력한 징벌 수준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 부과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감독기구 설치, 공공임대주택 평생 제공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국토보유세 부과는 투기성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기 위해 비필수 부동산에 징벌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수도권 신도시 공공택지에 임대주택, 공공임대를 건설해 평생 살 수 있는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공약도 내놨다. 공공주택 비율을 높이면 주택가격이 안정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 설치도 이재명 후보의 공약 사항이다. 주택관리매입공사는 집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주택을 사들이고 가격이 급등하면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일을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주택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서 가격 조정에 개입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낙연 전 당대표는 ‘토지공개념 3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토지공개념 3법은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 등을 담고 있다. 택지소유상한법은 법인과 개인의 택지 소유에 대한 상한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현행 20%인 환수 부담률을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법은 유휴토지 가격이 급등 시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공급을 대폭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5년간 280만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급 확대로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세제나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게 정 전 총리의 주장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현행 임대차 3법 등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잠룡들의 反시장 공약에 커지는 집값상승 공포…“지금 이라도 집 사야하나”

▲ 여당 대선 후보들이 향후 대통령이 되면 추진할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국민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지배적이다. 이들 정책이 반시장주의적 정책을 펼치며 집값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개념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스카이데일리

여권 대선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발표 이후 여론 안팎에선 집값상승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 대부분이 지금의 집값폭등 현상을 야기한 문재인정부와 동일한 반시장 정책 기조를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반시장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같은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는 것은 사실상 집값 안정화 의지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자유시장주의를 내세운 헌법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주목된다. 개인의 재산권을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필재 씨(56세·남·가명)는 “현재 집값이 엄청나게 오른 상태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오히려 지금이 집을 사기 최고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반시장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놨는데 대권주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공약은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에 찾아오는 손님 대다수도 앞으로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곤 한다”며 “일부는 정권교체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다. 총선까진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에 민주당에선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각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여당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은 이 지사가 징벌적 가세를 추진하면 안정된다고 하고 있는데 문재인정부도 집값 상승의 원흉을 다주택자로 보고 과세를 ‘징벌’ 수준으로 높여 왔었다”며 “하지만 시장에서는 세금 전가, 증여, 버티기 등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없고 설령 바꾼다 해도 부동산 시장에선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도 이미 가격에 반영된다”며 “그래서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도 오히려 시세가 오른 것이다. 이 지사의 공약 내용은 문재인정부와 똑같이 시장가격만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 지사의 공공주택 확대와 이낙연 전 대표의 토지공개념,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공급확대론 등은 모두 공공의 부담이 과도하게 크고 토지수용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 돼, 강도를 더 높이는 식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반시장주의적 정책은 시장 왜곡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