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령화 시대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고령층의 경제활동 필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일부 강성노조의 무리한 정년연장 요구로 인해 그 의미가 일부 퇴색되긴 했지만 여전히 고령층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역대 정부 또한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내놓았다. 현 문재인정부의 경우 관련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실효성 논란만 낳은 상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경험과 연륜을 갖춘 고령층이 잉여인력, 사회적 약자가 아닌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맞춤형·특화 일자리 육성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년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6·25전쟁 직후 출생한 일명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이 되고 출산율을 감소하면서 압축적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5개국(G5)과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황 및 대응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4% 증가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평균(2.6%)의 1.7배에 달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사회지표’ 따르면 1990년 3.8%에 불과했던 고령 인구 비중은 2030년 24.3%, 2040년, 32.5%, 2050년 38.2% 등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50년에는 전체 인구 중 14.5%가 80세 이상 인구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경제수준, 복지제도 등으로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빈곤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경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43.4%)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4.8%)의 약 3배 수준이다.

 

 

이후 공약 이행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효과는커녕 오히려 실효성 부족에 따른 부작용 우려만 사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정책의 경우 △은퇴자 일자리 매칭 시스템 구축 △신중년 전용 폴리텍 설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직업교육 및 일자리 연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폴리텍대의 신중년특화과정은 분야가 협소해 취업 기회가 적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조냉동, 자동차복원, 특수용접 등 분야에 국한돼 있어 그들의 경험을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또 노인들에 대해서는 △정부 사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 △일자리 수당 인상 등을 공약했다. 이를 두고도 정부의 직접 일자리 제공 목적인 ‘민간일자리 취업을 위한 한시적·경과적 일자리 제공’과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짧은 업무 시간, 적은 임금, 연속성 부족 등으로 수혜 당사자들마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다수의 국민과 관련 전문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새로운 정책은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정책 수혜자가 체감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론 맞춤형·특화 일자리 육성, 사회적합의를 통한 정년연장 등이 꼽혔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노인 일자리 정책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정부의 치적쌓기 효과 외엔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예산을 가지고 일자리를 만들고 노인을 투입하는 식의 현재 정책은 공짜로 혈세를 나눠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노인들에게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쌓게하고 민간에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각종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