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는 국내 최초의 민간정유기업으로 출발했다. 1968년 매출 12억원에 그쳤던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는 2018년 매출 36조3630억원으로 창립 때와 비교해 약 3만배의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후 GS칼텍스의 매출액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33조 2615억, 22조 3006억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 줄었고, 영업손익은 –919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또 영업손익률도 2019년 2.6%에서 2020년 –4.1%로 악화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유 소비가 줄자 정제마진이 악화하면서 직격타를 입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GS칼텍스는 전 세계적 추세인 ‘탈(脫)탄소’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기조에 발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 존재하는 물질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판매, 전기·수소차 충전소 확대,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배송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에 노력 중이다.

GS칼텍스의 허동수 명예회장은 GS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손자다. 그는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화학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쉐브론 리서치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1973년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에 입사했다.

호남정유는 꾸준한 시설 확충으로 정제능력을 38만배럴로 늘렸지만 1981년 2차 석유파동이 닥치면서 신설공장 가동이 위기에 처했다. 허 회장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시설을 활용한 임가공수출을 통해 원유확보와 제품판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의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회사는 1983년 정유업계 최초로 2억불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인 석유제품 수출 확대를 이어가며 1991년 5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1997년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과 일본에 휘발유를 수출해 품질 및 생산경쟁력을 인정받았으며 그해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허 회장은 1998년 LG정유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선친의 뜻에 따라 이를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1년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에너지와 석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성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지닌 그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주역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그에게는 국내·외 석유업계에서 ‘미스터 오일’ ‘에너지 맨’ ‘한국의 석유왕’이란 별명이 있다.

이외에도 그는 대한석유협회장을 비롯해 여수 세계박람회 명예 유치위원장 및 한국기원 이사장,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장 등을 역임했다.

석유 외에도 교육에 관심이 많은 허 회장은 카이스트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재단 이사를 맡았으며 2017년부터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한편 허 회장은 지난해 8월, 먼저 세상을 떠난 막내딸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재단법인 허지영장학재단’에 GS주식 6만주를 증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는 철학이 투철한 허동수 명예회장이 일찍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재단을 설립한 것 같다”는 평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