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나이키 등 미국 기업에 납품하는 중국 기업들이 신장 지역 노동자 고용을 피하고 있다.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제재가 압박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에서 이탈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위구르족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56개 민족 중 하나로 터키계 민족이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와 터키에도 소수가 살고 있으며 중국에는 주로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고 있다.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에 대해 집단으로 직업 훈련을 시킨 뒤 중국 내 각 지역의 공장으로 대량 이동시켜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내 빈곤 퇴치를 명목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선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위구르인을 고용할 경우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보조금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 취업 프로그램은 위구르족을 거주지에서 사실상 쫓아내는 강제 노동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애플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는 중국 기업 렌즈 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한 노동자 2200명을 단계적으로 해고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 계약을 해지한 노동자만 400여명에 달한다. 회사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근로자에게 1인당 1500달러(약 170만원)에서 2900달러(약 330만원)가량의 위약금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위생 마스크를 납품하는 허베이 하이신 그룹도 신장 출신 노동자들의 고용을 중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업은 지난해 9월 신장 출신 노동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이키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태광실업의 중국 공장도 지난해 상반기 신장 지역 출신 노동자들을 해당 지역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WSJ은 이들 기업이 위구르인 취업 프로그램에서 얻는 보조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위구르인 고용을 중단한 것은 자칫 국제 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주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당국이 승인하지 않은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신장에서 강제노동에 따른 생산품이 아니라는 입증의 책임은 수입업체가 떠안게 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신장산 토마토와 면화,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다만 위구르족 인권보호를 위한 미국의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취업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얻은 위구르족 노동자까지 해고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선임 중국연구원인 마야 웡은 “중국 기업들은 스캔들을 피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구르족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