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패권전쟁 속에서 이 부회장의 즉각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법과 원칙대로 따박따박 (심사)해 들어가면 정치적 논란이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 부회장은 26일이면 형기의 60% 이상을 채우면서 가석방 조건을 갖추게 된다. 법무부는 내달 초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힘을 실었다. 그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정책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석방은 모든 수용자가 누릴 수 있는 제도다”며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다고 대상에서 제외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20일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치게 돼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산업계의 요구와 국민 정서 등을 갖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이다. 다만 가석방이 될 경우 취업제한은 그대로 적용돼 즉각 경영에 복귀하지는 못한다.

 

이에 야권과 재계에서는 광복절을 앞두고 이 부회장의 사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즉각적인 경영복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면이 되면 형의 선고 효력으로 인해 상실됐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복권조치도 뒤따른다. 복권되면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논란도 사라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만약 대통령께서 지금 사면을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 부회장의 경우,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 기술패권전쟁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는 국민정서도 중요하나 그 무게를 달리 판단할 여지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사면론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자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당시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지난달 2일 삼성전자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고충을 알고 있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