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17은 문재인정부의 4대 서민정책금융상품 중 하나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사금융 대출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나온 고금리 대안상품이다. 금리는 연 17.9%, 한도는 최대 1400만원이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100% 보증을 제공하고 시중은행이 취급한다. 4회차까지 연체가 이어지면 은행이 서금원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햇살론17’ 채무자 10명 중 1명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햇살론17 대위변제율은 6월 말 기준 10.2%로 전년 말(5.6%) 대비 4.6%p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1.3%)보다는 8.9%p 늘었다. 2019년 9월 출시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대위변제율은 전체 대출 중에서 은행이 서금원에 대신 갚아달라고 요청한 대위변제액의 비율이다. 대위변제율이 10%라는 것은 총 100만원을 대출하면 10만원을 떼이고 대출 보증기관인 서금원이 대신 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경제 상황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가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신용 자영업자 등이 서민정책금융상품을 주로 이용하면서 햇살론17 대위변제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가 대출금을 보전해주는 구조가 효과가 있을지 오래갈지는 의문이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현재 햇살론17은 일정 자격만 갖추면 이용 용도에 제한이 없다.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고 또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나타날 여지는 충분한 구조다. 저신용자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려면 햇살론17 등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보단 채무조정, 소득 창출 등 근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을 단순히 늘리기만 해서는 저신용자들의 장기적인 채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거나 채무구조 개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 이용자들의 카드 현금서비스나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 고금리 대출 잔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저리 자금을 통해 고금리 대출 이용을 줄이고 채무구조를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유지됐다.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으로부터 1~2년 후에는 오히려 미이용자들에 비해 고금리 대출을 더 많이 받았다.

 

사실 정책서민금융상품의 효과에 대해선 출시 당시부터 의문은 꾸준히 제기됐다.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저금리 상품을 공급하는 정책의 장기적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춘 정책상품이 민간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크게 줄어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 난민도 향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햇살론17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공급량보다는 채무조정 등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는 금융 취약계층 대상 상품의 실질적인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대위변제율 감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