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처방받은 약은 1회분으로 밀봉된 포장을 뜯어 복용하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 일본, 대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약사가 약통을 통째로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매일 먹을 약을 환자가 약통에서 직접 꺼내 하루 분량으로 나눠서 직접 챙겨야 한다.

그러나 2014년 미국에서 설립된 의약품 유통 업체 ‘필팩(PillPack)’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도 약의 포장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필팩은 미국 50개주에서 영업 면허를 가진 ‘우편 기반 약국(Mail-Order Pharmacy)’으로 기존 미국 약국 체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1회분으로 분리된 약을 배송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1회분으로 분류된 약에 매료됐고 이에 미국 아마존은 필팩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10억달러를 들여 2018년 ‘필팩’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1회분 약품 포장 방식이 세계로 확장되면서 약품 자동화 전문기업 ‘제이브이엠’이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인수합병을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계열사가 된 제이브이엠은 1977년 6월에 설립된 협신의료기가 전신이다. 협신의료기의 설립자인 김준호 부회장은 의약품의 조제 및 포장 과정의 번거로움을 경험한 후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1977년 약품 수동 포장기를 개발했으며 1998년 ATDPS(정제 분류 포장 시스템)을 내놓아 성공했다.

제이브이엠은 주로 병원이나 약국에 관련된 자동화 관련 장비들과 의약품 조제 자동화 시스템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 국내에서 알약과 캡슐 약을 전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인 ATDPS(정제 분류 포장시스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회사로 제이브이엠은 의약품 조제 자동화 분야에서 해외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제이브이엠을 이끄는 이용희 대표이사는 영남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진종합건설에서 근무한 뒤 삼립산업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본부장 및 구매본부장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대구상공회의소 물류연구회 부회장, 삼립산업 인사·자재본부 본부장 전무, 성산 대표이사, 성일초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을 울렸던 키코 사태로 제이브이엠 역시 파생상품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위기가 닥쳤다. 이 위기를 벗어나고자 김준호 부회장은 2009년 이용희 대표를 제이브이엠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용희 대표이사는 입사하자마자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회사의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이자며 절약을 강조했고 결국 제이브이엠을 3년 만에 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지속적인 투자와 꾸준한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다.

한편 제이브이엠은 5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39억원과 영업이익 16억원, 순이익 1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수출 부문 실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제이브이엠의 유럽법인(JVM EU)은 내실경영을 통해 흑자 기조를 전 분기에 이어 유지하고 있다. 유럽법인은 유럽 지역 수출의 전초기지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탄탄한 성장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

*참고: 키코(KIKO)는 녹 인 녹 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가입하는 파생금융상품을 일컫는다. 키코 사태는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와 계약을 맺었던 많은 기업이 큰 손실을 보고 줄도산하게 된 사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