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닭고기 생산업체 마니커가 수년 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상웅 대표가 경영실패 책임을 주주와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원의 수와 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 최 대표와 임원의 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상감자와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인한 주주들의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적자늪 빠진 마니커, 무상감자·유상증자 단행에…주주가치 훼손 원성 봇물

 

마니커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연결기준 마니커의 실적은 △2019년 영업손실 150억3100만원, 당기순손실 175억4400만원 △2020년 영업손실 309억4100만원, 당기순손실 351억7000만원 △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74억9900만원, 당기순손실 89억4100만원 등이다.

 

수년 간 이어진 적자로 마니커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마니커의 자본잠식률은 27.5%다. 지난해 9월 21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잠식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마니커의 자본잠식률은 확대됐다. 상반기 자본잠식률은 36.6%다.

 

부채비율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86.92%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해마다 악화되더니 지난해엔 167.22%를 기록하면서 급격하게 높아졌다. 올 상반기에는 194.83%로 200.0%에 육박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 시 재무 건전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니커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기명식 보통주 5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 병합한다고 밝혔다. 감자 기준일은 올해 10월 20일이고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3일이다. 무상감자가 마무리되면 마니커의 자본금은 기존 992억3630만원에서 198억4726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자본금이 줄어들게 된 만큼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마니커의 설명이다. 마니커는 “결손 누적이 지속돼 온 만큼 획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결정했다”며 “경영 상황이 호전된 상황에서 닭고기 시세가 상향될 경우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주주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무상감자가 추진되면 보통주 100주를 가진 주주의 보유 주식은 20주로 줄어들게 된다. 하루아침에 주주가치가 80% 줄어들게 된다.

 

유상증자 역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사고 있긴 마찬가지다. 마니커는 신주 2381만6710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3일 상장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484억6700만원 규모다. 마니커는 이중 300억원을 채무상환용으로, 184억여원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는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악재로 꼽힌다. 더구나 마니커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차입금을 갚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가능성 제고를 위한 투자가 아닌 채무 상환 자금을 주주를 쥐어짜 마련하는 셈이다.

 

이에 마니커 경영을 이끌어온 최 대표가 경영실패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니커의 최대주주는 26.39%의 지분을 소유한 이지홀딩스다. 그밖엔 우리사주조합이 3.8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69.63%의 지분은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피해를 개인투자자가 짊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직후 마니커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625원(종가 기준)이었던 마니커의 주가는 무상감자 발표 다음날인 26일 무려 18.4% 폭락하면서 510원에 장마감했다. 하루 동안만 시가총액 228억원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고, 6일 기준 마니커 주가는 485원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마니커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 납품량 급감 등 닭고기 생산 업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마니커 역시 실적 감소가 불가피했다”며 “재무위기를 타개하고자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결정했을 뿐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마니커는 전문경영인 경영 체제를 통해 실적 개선에 줄곧 힘써 왔으나 대외적 요인으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을 뿐이다”며 “최대주주인 이지홀딩스를 비롯해 마니커 경영진들이 마니커의 내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인 만큼 최상웅 대표의 경영 자질이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 급여는 감소, 경영진은 매년 증가…부동산 시세 2배 호재

  

마니커가 적자에 시달리면서 해마다 직원의 급여는 감소한 반면 경영을 책임지는 등기이사 등 임원들의 급여는 오히려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최 대표의 책임경영 의지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경영진으로서 책임경영은 외면한 채 회사의 실적 악화 책임을 직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마니커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8년 1억2332만원 △2019년 1억4395만원 △지난해 1억6789만원 등이다. 매년 평균 약 2000만원이 넘게 올랐다.

 

반면 마니커 직원의 급여는 해마다 감소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마니커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8년 3976만원 △2019년 3795만원 △지난해 3453만원 등 매년 200만~300만원씩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 대표가 2018년 마니커 대표로 취임한 이후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과 달리 비슷한 시기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호재를 맞아 쏠쏠한 시세 차익을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집중된다.

 

최 대표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위치한 삼성쉐르빌아파트 한 호실을 소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호실의 규모는 공급면적 182.43㎡(약 55.18평), 전용면적 165.26㎡(약 50.07평) 등이다. 마니커 대표에 오르기 직전 해인 2017년 7월 4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신봉동 삼성쉐르빌 아파트 시세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5월 최 대표가 갖고 있는 호실보다 작은 규모인 공급면적 162.6㎡(약 49.18평), 전용면적 147.69㎡(약 44.75평) 아파트가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최 대표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10억원에 육박한다. 그가 소유 호실과 같은 규모의 아파트의 매물 가격은 9억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최 대표가 해당 아파트를 매입한 이후 약 4년 만에 시세가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