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어길 경우 자동차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 운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다. 이미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처벌이 있는데 보험료까지 올리는 것은 과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보험료 인상으로 교통사고 감소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문도 제기됐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국토부), 금융감독원(금감원), 보험개발원은 지난달 어린이 보호구역과 횡단보도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최대 10% 오르는 새 보험료 할증 체계를 마련·발표했다.

 

그동안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증 체계는 △무면허·음주·뺑소니 시 최대 20% △신호·속도 위반 및 중앙선 침범 시 최대 10% 등이 적용됐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횡단보도 내 위반은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새 할증 체계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를 초과하면 1회 위반에 보험료 5%, 2회 이상 위반에 10%를 각각 할증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는 보통 시속 30km이며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달 가입하는 자동차보험부터 적용되며 이전 가입자는 다음 계약갱신 시부터 적용된다. 노인·장애인 보호구역의 속도위반 역시 동일하게 할증된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운전자가 일시정지를 하지 않는 등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면 2∼3회 위반에 보험료 5%, 4회 이상 위반에 보험료 10%를 각각 할증한다.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는 내년 1월 위반사항부터 보험료 할증이 적용된다.

 

어린이 보호구역과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해도 두 항목을 합친 최대 할증률은 10%다. 할증되는 보험료는 전액 교통법규 준수자의 보험료 할인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국토부 등은 밝혔다.

 

“이중·삼중 처벌… 보험사 배 불리기냐” 성토

 

 

이에 대해 일부 운전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과태료, 벌금, 벌점 등의 처벌이 있는데 보험료까지 올리는 건 ‘이중·삼중 처벌’이라는 반발이다.

 

보험사고대차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법을 위반했다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고, 국가에서는 이 돈으로 CCTV를 더 달고 과속 카메라를 더 설치하는 등 어린이 보호를 위해 그 돈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보험료를 할증해서 보험사의 배를 불려주는지 모르겠다.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법규를 위반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사람이니 보험료를 더 높게 책정하겠다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할증에 대한 규정은 있으면서 할인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14년 경력의 운전자 B씨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벌금 내고 벌점 받는 것은 규칙을 어겼으니 대가를 치르기로 약속한 걸로 이해한다”면서 “무사고, 무위반은 보험료가 할인된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깎아준 적은 없다. 오히려 같은 차종의 사고가 많다면서 오르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위반 횟수나 과실 비율, 물적·인적 사고 정도 등에 따라 보험료가 오를 수는 있어도 같은 차종의 사고로 인한 할증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무사고, 무위반으로 보험료 할인을 받았지만 해당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등 할증 요인보다 할인 크기가 작아서 못 받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개발원 “법규 위반자 사고 위험 높아 보험료 올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