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산은, 대우건설 특혜 매각 의혹에 ‘험난한 국감’ 예고

중흥건설 “비싸다” 반발에 재입찰… 인수대금 2000억원 깎아줘
산은 “자회사 KDBI 모든 걸 주관… 국가계약법 적용받지 않아”
시민단체 “수천억 국고손실 예상되는 배임 행위”… 공익감사 청구

윤승준 기자(sjyo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9-14 13:55:01

▲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분인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우건설 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정상화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쏟아 부은 자금은 약 3조2000억원이다. 이번 중흥건설의 인수대금이 2조1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조1000억원 손실이다. ⓒ스카이데일리

KDB산업은행(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졸속·특혜 매각 의혹과 관련해 도마 위에 올랐다.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흥건설의 재입찰 요구에 응해주며 낙찰가를 당초보다 2000억원이나 깎아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타공공기관인데다 대우건설에는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10월 열릴 예정인 국회 국정감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KDBI, 인수가격 높다는 중흥건설 요청에 재입찰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법무법인 광장과 회계법인 삼일PwC와 함께 지난달 말부터 해외사업을 중심으로 대우건설 상세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3~4주간 진행하는 상세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 추가부실 등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이르면 이달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매각은 연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중흥건설은 지난달 1일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2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DBI는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사모펀드(PE)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9년 7월 설립됐다. 산업은행이 재무 구조조정 과정 등에서 취득한 출자회사 주식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수행한 뒤 이를 시장에 신속하게 매각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졸속 처리’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KDBI가 초기 입찰 단계부터 중흥건설을 밀어주기 위해 밀실·특혜 매각을 자행했다는 의혹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KDBI는 6월 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예비입찰이나 현장실사 등을 생략하고 같은 달 25일 본입찰에 돌입했다. 본입찰에는 ‘중흥컨소시엄(중흥건설)’과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웍스)’ 등 2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인수가 2조3000억원, 1조8000억원을 써냈다. 5000억원 높은 금액을 제시한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입찰 직후 중흥건설은 1·2위의 매각대금 격차가 너무 크다며 재입찰을 요구했다. 이에 KDBI는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다시 진행했다. 재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000억원 낮춘 2조1000억원을 제시해 DS네트웍스를 밀어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지정됐다. DS네트웍스는 약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기업의 입찰가격이 공개된 다음 재입찰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KDBI가 중흥건설에 특혜를 베푼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우건설은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업은행 소유로 넘어갔다. 2006년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우건설을 매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졌다. 결국 2010년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을 다시 매입했다.

산업은행은 지분인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우건설 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정상화를 진행하면서 쏟아 부은 자금은 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산업은행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이번 중흥건설의 인수대금이 2조1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조1000억원 손실이다. 본입찰 이후 중흥건설의 요구만으로 2000억원을 깎아준 것은 국고를 낭비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대우건설 재입찰에서 보듯이 공적자금으로 인수한 회생기업의 매각 추진 시 산업은행은 그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국민 세금이 투입돼서 회생시킨 기업을 또 다른 기업에게 근거 없이 헐값 매각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헐값 매도, 국고손실과 다를 바 없는 배임”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13일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KDBI의 대우건설 매각절차에 대해 “법률적으로 큰 문제없다 사진은 이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24일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KDBI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 절차 과정에서의 △경쟁입찰절차 위배 △낙찰가격·낙찰자 결정 위법 △2000억원 국고손실 예상되는 배임 행위 등을 이유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산업은행은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회사(KDBI)가 매각한 것이라는 핑계로 2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매각대금 손실까지 입히면서 사전 접촉한 매수의향자에게 수의계약에 의해 대우건설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제27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1항 9호 나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자’에게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6조(지체상금)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이행을 지체한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지체상금을 내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을 근거로 낙찰됐음에도 재입찰을 요구한 중흥건설에 대해 지체상금을 물리고 낙찰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대우건설 주식매각에 대해 자신은 제3자로서 관여할 수 없고 자회사인 KDBI가 모든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국가계약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말도 안되는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우건설 지분 매입, 회생 등에 3조2000억원의 산업은행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자회사에 대우건설 지분을 넘겼다고 해서 공적자금 투입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투자가 아닌 산업은행의 고유 업무인 기업구조조정 등을 위한 지분 취득이었다는 점에서 그 자회사를 대우건설 주식의 효율적 관리와 처분을 위한 업무 위임 기관으로 봐야한다”며 “이를 독립적 투자 목적 회사로 간주하는 것은 산업은행 자금의 활용 목적의 적절성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DS네트웍스의 재입찰가(2조원)에 중흥건설의 최초입찰가 5%(1150억원)와 이행보증금 등을 합하면 중흥건설의 재입찰가(2조1000억원)보다 낮다고 볼 수 없다”며 “3조2000억원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건설을 매도한다면 국고손실과 다를 바 없어 오히려 배임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KDBI의 대우건설 매각절차에 대해 “법률적으로 큰 문제없다고 보고받았으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의 권한을 KDBI가 하도록 위임했다. 지금도 충분히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매각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이번 매각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비롯한 산업은행의 기업 회생과 M&A 전반에 대해 다룰 것이다”며 험난한 국감을 예고했다.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