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째 접어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과 관련해 언제든지 판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따른 후속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판정 시기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4일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투자분쟁(ISDS) 대응 현황 브리핑을 열고 론스타의 5조원대 ISDS 사건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2012년 제기된 론스타 사건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를 상대로는 총 9건이 제기됐다. 그 중 현재 3건이 종료됐고 △론스타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투자자 사건 등 6건이 진행 중이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ISDS 중 가장 금액이 큰 사건이다. 2012년 11월 한국 정부에 ISDS를 제기해 46억8000달러(약 5조148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 정부가 고의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실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HSBC에 이를 매각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2011년 하나금융에 재차 매각을 시도해 2012년 1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외국자본의 소위 ‘먹튀’를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과 사회적 여론을 의식해 HSBC와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하나금융과 공모해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부당하게 인하되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한국 정부가 차별적이고 자의적으로 세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강제매각명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법적 불확실성’이 있었기에 정당하게 심사를 연기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는 론스타가 하나은행과 협상한 결과에 불과하며 금융당국이 개입한 사실은 없었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론스타 청구인들은 한국-벨기에 조세협정상 면세혜택을 누리기 위해 형식적인 외관만을 갖춘 도관회사에 불과하므로 조세협정이 적용되지 않고 국내법령 및 국제조세법 원칙에 따라 과제했을 뿐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를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론스타 사건은 2012년 11월 중재가 제기돼 2013년 5월 중재판정부 구성이 완료됐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2013~2015년 서증 1546건,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을 비롯한 방대한 증거자료를 제출해 서면공방절차를 벌였다. 서면공방 완료 후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는 4회에 걸쳐 미국 워싱턴 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기일에서 다퉜다. 잠시 중단됐다가 윌리엄 이안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새 의장주쟁인으로 선임돼 절차가 재개됐다. 새 의장중재인의 요청으로 중재판정부는 작년 10월 질의응답기일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절차종료가 선언되면 120일(최대 180일) 이내에 판정이 선고되는데 중재판정부는 현재까지 절차종료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칭 ‘론스타펀드 고문’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국민신문고 민원을 통해 한국 정부에 약 8억7000만달러(약 9634억원) 상당의 협상안을 송부했다. 한국 정부는 협상안의 형식 및 제안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를 론스타의 공식적인 협상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고 회신했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론스타 사건은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매우 복잡한 사건으로 제출된 서면과 증거의 양이 매우 방대하므로 현 시점에서 판정 시기나 그 결론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언제든지 판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기적으로 분쟁대응단과 관계부처회의를 열어 현황을 점검하고 후속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정부는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고 소송이 끝나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관련 정보와 자료를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다”며 “론스타 사건을 포함해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 사건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 ISDS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의 ISDS전문성과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에 제기된 엘리엇 사건은 서면공방·문서제출절차를 완료해 11월 15~26일 심리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약 7억7000만달러(약 8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메이슨도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문제 삼아 약 2억 달러(약 2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 밖에 쉰들러 사건은 아직 서면공방절차가 진행 중이고 중국 투자자 사건의 경우 본격적인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다. 올해 제기된 부산 투자자 사건은 중재재판부 구성절차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