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 깃든 약수 마시고 동해안으로 GO

춘천 추곡약수 고성 송지호 당일 여행 코스로 각광

이재훈 기자(j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9-26 05:58:17

▲신령 깃든 전설만큼이나 각종 미량원소가 가득한 추곡약수. 특히 위장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 각지에서 추곡약수를 마시러 몰려온다.

한 번에 가기엔 부담스러운 동해안. 하지만 중간에 한 곳을 거치면 거뜬하게 다녀올 수 있는 게 동해안이다. 중간 여행지는 춘천이다. 춘천 중심지 명동에서 닭갈비 먹고 신령 깃든 추곡약수터에서 약수 마시고 차로 2시간가량 달리면 동해안 속초다.

예전에 춘천은 정체로 유명한 경춘국도(국도 46호선)를 통해 접근해야 했다. 기차 여행도 가능했지만 뜨문뜨문 오는 열차로 여행 가기에 망설여졌던 게 사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춘천 가는 전철이 시시때때로 다닌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 수도권으로 자리잡은 결정적인 계기는 서울 춘천 고속도로가 생기면서부터. 88올림픽도로에서 이어지는 서울 춘천 고속도로 준공으로 1시간 안에 주파가 가능해졌다.

호수만 있을 것 같은 춘천에 신령이 깃든 추곡약수터가 있다. 사이다처럼 싸한 맛에 철분이 가득한 약수다. 특히 위장병에 특효라는 게 알려지면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 전인 1990년대까지 굉장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지금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아 전국에서 추곡약수를 마시러 온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아 호젓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최근 들어 관광지화 되는 추세로 옛 분위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약수 만큼은 일품이다. 추곡약수는 강원보라는 사람이 꿈에 사명산 산신령의 계시를 받고 약수를 발견했다는 전설이 전하며 아랫 약수는 100년쯤 전 한 맹인 김성련이 이곳을 지나가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졌는데, 바로 그곳에서 샘이 솟았다는 전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지만 약수터 현장에 가보면 분위기가 신령스럽다.

철분, 나트륨, 탄산염, 황산염, 염소, 불소, 망간, 규소, 구리, 칼슘 등이 들어있으며 약간 붉은색을 띤다. 물맛은 감초 맛이 나며 위장병과 빈혈, 부인병, 신경통, 무좀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약수터 현장에 가보면 위에 있는 상탕 아래에 있는 하탕으로 약수터가 두 곳 있는데 하탕이 더 신령스럽게 발견된 탓인지 약수의 분출량도 적고 효험이 더 많다고 한다. 실제로 하탕을 담으려면 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분출량도 상탕보다 훨씬 적다. 맛은 톡 쏘는데, 은근히 시원하다. 사이다 마신다고 생각하고 들이켜면 속이 시원하다.

추곡약수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가는 길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라는 것. 춘천 IC를 나와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 쪽으로 가다보면 험하기로 유명한 배후령 고개가 나오는데, 꼬불꼬불 산길을 S자로 돌고 돌아가는 길이 환상적이다.

워낙 경사가 심해 브레이크 파열을 조심하라고 여기저기 경고 표시가 있지만 배후령 고개 정상에서 한 번 쉬어주면 괜찮을 듯하다. 최근에는 배후령 터널이 생겨 S자 운전의 묘미가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사고율이 급감했다는 전언이다.

추곡약수 입구 갈림길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가다보면 속초 가는 46번 국도가 나온다. 여기가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양구 인제 설악산 기암괴석과 계곡을 따라 달리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 달리면 미시령터널이 나타나고 이 터널을 지나면 바로 속초다.

▲속초를 지나 7번 국도을 달리면 나오는 송지호 해수욕장. 호수와 바닷가가 절묘하게 연결돼 있는 명소다.

속초에 닿으면 무조건 7번 국도를 타고 고성에 있는 송지호해수욕장(사진)을 들러 가을바다를 감상하자. 계속 북으로 달리면 조선시대 명문장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극찬했던 청간정이 나온다. 청간정에서 바라 본 동해안은 장쾌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극찬할만 하다.

청간정을 지나면 바로 코앞이 북한이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경계로 북한 해금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오면 된다. 속초에서 서울까지 3시간도 안 걸린다. 세상 참 좋아졌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반나절 여행 코스가 된 것이다. 옛날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