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장동 사태’로 대한민국 사회가 떠들썩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소식을 접한 여론의 반응 또한 예사롭지 않다. ‘대장동 사태’는 성남시와 민간이 손잡고 주도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특정인들이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조계, 언론계 등의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연루돼 있어 초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평가되는 모습이다.

 

사안은 특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과 그 측근들이 설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막대한 이익의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을 특정 세력에 안겨준 성남시와 당시 시장이었던 이 도지사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주장과 막대한 이익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양측 주장에 대한 일반 대중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 취재해 본 결과, 핵심 쟁점인 ‘이익 예상’ 부분과 관련해선 전자의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장동 일대는 누가 개발해도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라며 “이례적인 민관합동 방식을 택한 대장동 프로젝트를 특검을 통해 확실히 조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판교·분당 아파트 값 얼만데…삽만 뜨면 막대한 이익 보장된 대장동개발

 

대장동 프로젝트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자본이 설립한 ‘성남의 뜰’이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와 함께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 땅 약 28만평(92만㎡)에 아파트 5903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성남의 뜰’ 주주로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다.

 

화천대유는 함께 주주로 참여한 성남도시공사과 민간금융사와 달리 이익상한선 없는 계약 덕분에 사업을 통해 무려 4000억원이 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도지사와 화천대유 측은 “대장동 사업자 공모 시기인 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부동산 시세 급등에 따른 예상치 못했던 수익이라는 논리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그런데 사안의 핵심 쟁점인 ‘이익의 예상’ 여부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수익이라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5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주택종합 연간 가격 변동률은 3.29% 상승했다. 직전 해인 2014년에도 3.13% 올랐다. 집값이 침체되긴 커녕 오히려 뛰는 상황이었다.

 

또한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1월 30일 기준 분당(1525만원)과 판교(2225만원)는 3.3㎡(약 1평)당 아파트 값이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 중 최고 수준을 보였다. 특히 대장동과 지척인 판교는 같은 2기 신도시인 김포한강(942만원), 파주운정(932만원) 등의 두 배가 넘는 시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수요자들이 몰리는 지역에서 개발이 진행될 경우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와 시세가 비슷해지는 소위 ‘키 맞추기’가 진행된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성남시 역시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5년 1월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작성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승인 검토보고’에 따르면 성남시는 사업 타당성 용역 검토 결과 내부수익률(IRR) 6.66%, 경제성(B/C) 분석 1.03으로 종합적으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성남 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문건에 결재 서명을 했다.

 

“일찌감치 개발만하면 금싸라기 될 땅으로 소문 자자…리스크는 생각조차 못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장동은 개발만 되면 일대 지역의 부촌으로 거듭날 만한 우수한 입지조건을 갖췄다고도 평가했다. 통상적으로 지역 내 부촌으로 평가되는 지역은 집값이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장동 일대는 ‘판교의 강남’으로 불리는 운중동 인프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우선 사업지 일대(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기준)는 서판교 운중동에 자리한 ‘운중동 행정복지센터’까진 3km가 채 되지 않는다. 운중동은 판교의 부촌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운중동은 업무지구와 가깝고 분당에 자리한 고등학교로 아이를 진학시킬 수 있으며 학원가도 밀집해 있다. 

 

또 인근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부터 대장지구는 개발만하면 금싸라기 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입지로 평가받아왔다. 인근에 숲도 조성돼 있어 쾌적한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데다 위치 상 부촌 인프라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부동산시장 상황이나 입지 조건으로 볼 때 리스크를 걱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굳이 민간을 끌어들이지 않고 LH 등의 공공이 단독으로 개발했어도 충분히 수익성과 흥행이 담보된 곳을 리스크를 이유로 민간기업을 끌어들인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대장동 지역은 경제성을 검토할 필요가 없는 입지다”면서 “성남 자체가 입지조건이 뛰어나 대부분의 지역이 이미 개발이 이뤄졌다. 이런 성남에서 공급이 이뤄지면 흥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린벨트를 풀고 개발하면 땅값이 오르고 수익도 많이 난다”면서 “게다가 분당 옆 이니 수익성은 말하나 마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애초에 리스크가 있을 수 없는 사업이다”면서 “과거부터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지을 때는 수익성이 담보돼 있어 개발이익을 온전히 공공이 가져가 주거 복지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식 중에 상식이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27만평이 넘는 부지는 도시개발 방식이 아니라 택지개발로 진행하고 LH, SH, GH 등 규모가 있는 공사들이 주도해 개발한다”며 “대장동 사업은 땅작업·인허가·분양 등 부동산 개발사업의 리스크가 거의 없는 곳인데 굳이 민간을 끌어들였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해도 실패하지 않을 입진데 왜 굳이 민관합동방식을 택했는지 의문이다”고 강조하면서 “첫 사업자 선정부터 문제가 있는 이 사업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진행해 꼭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